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이르면 17일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사건 종결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레드팀 회의'를 4시간에 걸쳐 진행하며 법리 판단의 정당성과 완결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1시50분부터 5시50분까지 회의를 열고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와 수사팀, 증권·금융범죄 수사에 밝은 부장·부부장·평검사 등 15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의에선 김 여사와 모친 최씨 등에 대한 사건 처분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앞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외부 검토를 거친 것과 달리, 수사팀 자체 판단에 대해 검찰 내부의 철저한 숙의 과정을 거쳐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수사 완결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사팀이 먼저 파워포인트(PPT)와 참고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건 개요와 처분 방향을 상세히 설명한 뒤 다른 검사들이 논리 허점이나 의문점을 파고들며 되묻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외 참석 검사들은 수사팀의 판단을 검증하고 혐의 입증·공소유지에 필요한 직접·간접 증거가 확보됐는지 여부 등을 점검하며 반대 의견을 내는 '레드팀' 역할을 했다.
특히 회의 참석자들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팀이 확보한 정황 증거의 타당성, 충분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사건 처분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 내부 검토 회의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경험과 법리 전문성이 깊은 간부급 검사들이라도 수년 동안 이뤄진 수사 결론을 하루 만에 뒤집을 수 있는 논리를 내놓기 어렵다는 이유다.
검찰은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레드팀과의 회의에서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의견이나 논리 등 수사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날 경우 사건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각오로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회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르면 이날 김 여사 등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등 사이 범행과 관련된 직접적인 의사 연락 등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불기소 처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항소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를 받은 '전주(錢主)' 손모씨와 김 여사를 직접 비교하기는 여러 정황 증거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라 최종 사건 처분 권한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있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한 조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날 사건 수사를 종결한다면 2020년 4월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지 4년 6개월 만의 최종 처분이 된다. 법조계 전망처럼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경우 검찰에 대한 '방탄' 비판 여론과 김 여사 특검론 등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