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에서 비롯된 명태균씨의 폭로전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나눈 2021년 카카오톡 메시지는 명씨 본인의 입맛대로 발췌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공개된 메시지 중에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제가 사과 드릴게요", "제가 명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는 대목까지 등장한다. 명씨는 최근 CBS 인터뷰에서는 "거기 연결된 것은 (2021년) 6월 18일"이며 이후 6개월 간 거의 매일 윤 대통령 부부와 스피커폰 등으로 통화를 했고, 자택에도 "셀 수 없이 갔다"고 말했다. 김 여사, 윤 대통령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본은 2천장쯤 된다고 주장하며 추가 폭로 가능성도 내비쳤다.
뉴스를 따라가기 벅찬 와중에 국민을 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살아있는 권력이 일개 '정치브로커'인 명태균씨의 폭로에 사실상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연일 쏟아지는 의혹에 용산 대통령실의 대응은 소극적이거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실이 "명태균 카톡에 등장하는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해명하자, 명씨는 "친오빠는 정치를 논할 상대가 아니다", "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고 조롱조로 반박했다. 민심도 싸늘하다. 대통령실의 '친오빠' 해명에 대해 '이젠 국민들 문해력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들의 의구심은 대통령실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명씨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보도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명씨를 만난 건 2021년 7월 초 국민의힘 정치인이 각각 자택에 찾아올 때 두 번뿐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사실상 여러 당사자들의 증언과 명태균씨의 추가 폭로에 의해 곧바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시절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에서 면접관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거나 대선 얘기를 하면 다 뒤집어진다는 명씨의 주장, 혹은 '자기가 잡혀가면 한 달 만에 탄핵할거다'라는 협박성 발언에도 대통령실은 명씨를 상대로 제대로 된 경고조치나 고소·고발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명씨가 대선기간 매일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 대통령 쪽에 보고했고, 3억 6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돌려받는 대가로 2022년 6.1 재보선에서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받아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명태균씨 등의 폭로가 정국을 집어삼키고 급기야 대통령 부부를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실의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무기력하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면 국민들은 수상하게 볼 것이다. 정치원로이자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부인도 시인도 못하는 거 보면 국민들은 다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거 아니겠냐"며 적당히 수습하고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다.
의혹은 덮으면 덮을수록 더 크게 폭발하기 마련이다. 더 이상 혼란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격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임기 절반도 되기 전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게이트가 국정을 집어삼킨다면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된 국민적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