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을 찾기 위해 스페인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1만 km를 날아 전국체전 개최지인 경남을 찾은 니콜라스 데몬씨.
56년 전인 1968년, 6살인 그의 입양 당시 한국 이름은 이인식 씨다. 자그마한 아이였던 이 씨는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어 흰머리가 지긋한 노신사가 됐다. 올해 62세.
그가 한국에서 네 번째 '뿌리 찾기'에 나섰다.
2019년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가한 그는 올해 스페인 선수단장 자격으로 아들과 함께 모국을 찾았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 전신인 홀트씨(氏) 해외양자회를 통해 스위스 가정으로 입양됐고, 양부모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1988년부터 8년 동안 스위스로 돌아가 정형외과 의사가 됐고, 스페인 국적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다시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그에게는 건축가인 아들(34)과 변호사인 딸(31)이 있다. 이 씨는 골프 종목에 참가한 아들을 포함해 25명의 스페인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바르셀로나 소유 주택을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리오넬 메시에게 매각한 인물로 교민 사이에서 유명하다.
2019년부터 전국체전에 참여할 때마다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방문만 네 번째. 이번에는 언론에도 도움을 받아 부모를 꼭 찾고 싶다고 한다.
1964년 10월 작성된 그의 홀트아동복지회 서류에 본적은 '서울시 서대문구 녹번동 산46-1',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2의 14'로 돼 있다. 입양 당시 후견인으로 이효종씨가 지정돼 있다.
이 씨는 "여러 차례 한국에 방문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이번에 경남도 덕분에 언론사와 닿을 수 있게 됐고, 기사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을 찾아 나의 뿌리에 대해 알고 돌아가고 싶다"면서 "혹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만나지 못하더라도, 형제나 사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보였다.
사연을 들은 박완수 경남지사도 뿌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박 지사는 지난 1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체전 해외동포선수단 환영 행사에서 이 씨를 직접 만났다.
이 씨는 "친부모를 찾는 데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박 지사는 즉석에서 이 씨의 손을 잡으며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번 체전을 통해 꼭 부모님을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박 지사는 "경남도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어떤 일이라도 돕겠다"고 했다. 도청 관련 부서와 경찰, 의료기관 등 관계 기관에서 이 씨의 뿌리를 찾는 데 차질이 없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경남도 누리집과 도가 운영하는 SNS에는 16일부터 이 씨의 사연이 담긴 영상과 자료가 게시됐다. 도내 18개 시·군과 각종 사회단체도 이 씨의 부모 찾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뜻을 나타냈다.
이 씨는 전국체전이 폐막하는 17일 이후 닷새 정도 한국에 더 머물며 친부모 찾기에 나선 후 22일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