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립대병원 16곳이 빌린 돈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1조 3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차입금 총액을 이미 추월한 수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13개 국립대병원노조가 모인 국립대병원노동조합연대체는 16일 "국립대병원협회가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 지역거점 및 필수의료 역할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규탄하며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연대체 중 보건의료노조에는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이 소속돼 있으며, 의료연대본부엔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서울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국립대병원협회 측에 현 의료대란에 따른 국립대병원의 경영위기 극복방안 모색 등을 위한 노사간담회를 요청해 왔지만, 협회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연대체가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해온 이유는 전공의 이탈 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국립대병원들이 특히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남우동 강원대병원장도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병상가동률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국립대병원연대체는 "올해 상반기 국립대병원 16곳의 차입금 총액(1조 3524억원)이 지난해 1년 치 차입금 총액인 1조 3158억을 반년 만에 넘어섰을 정도로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립대병원의 적자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무급휴가(휴직)와 강제적 연차사용은 물론, 실질임금 감소 및 임금체불까지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다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계획,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마련 등을 위한 의료개혁(안)에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원 대책은 부재해 의료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는 국립대병원의 총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내년 1월부터 '기타공공기관' 적용 예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겼으나,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필수의료인력 정원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에 따라 감축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국립대병원연대체는 "국립대병원 육성과 '기타공공기관' 해제,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할 필요성에 공감하나 정부의 정책 엇박자는 의사만의 인건비 부풀리기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며 "이는 공공성 기반의 국립대병원 역할 강화를 저해시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그동안 저평가돼 온 필수진료과 분야 수가를 대폭 보상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보상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필수의료를 살리겠단 방침이지만 자칫 막대한 수가 보상이 실효성 있는 정책은 되지 못할 우려가 있을 뿐"이라고 짚었다. 필수의료기금 설치·운영 계획이 부재하고 재원 마련 통로 또한 불투명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았다.
연대체는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역량강화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부 실행계획이 보다 구체화되어야 하므로 노사가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국립대병원을 필요로 하는 국민과 환자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연대체는 "(이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임에도 국립대병원협회는 이를 방관하고 무시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공공병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대병원 노조들이 국립대병원협회장에게 제안한 논의사항은 △지역 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지방국립대병원 지원 확대 △국립대병원의 공적 발전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 △국립대병원의 공익적 적자 보전 및 예산지원 △국립대병원 총정원제·총액 인건비 폐지 △전공의 처우 개선 및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체계 전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