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완화, 강제금 유예…'기존 생숙' 합법화 길 열려

박종민 기자

법적으로 숙박시설이지만, 주거시설로 사용돼 위법 논란이 불거진 생활숙박시설(생숙)의 합법화 정책이 추진된다. 정부는 기존의 생숙에 대해 오피스텔 용도변경 등을 지원하고, 신규 생숙에는 주거 전용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소방청 등 중앙행정기관과 경기도·인천광역시 등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정책을 제시했다.
 

기존 생숙에 '오피스텔 용도변경' 등 지원

우선 정부는 기존 생숙의 합법화를 위해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이나 숙박업 신고를 맞춤형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은 그동안의 복도폭, 주차장 등 충족하기 쉽지 않았던 건축기준을 유연화한다. 복도폭은 이번 지원방안 발표시점 이전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경우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으면 용도변경이 허용된다.
 
주차장의 경우 △인근 부지 확보가 가능한 경우 외부 주차장 설치 △자체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지자체에 상응 비용 납부 △지역 여건상 주차장이 필요 없는 경우 등에 대해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한 기준 완화가 가능하다.
 
지구단위계획은 기부채납시 지자체가 변경할 수 있다. 당초 지구단위계획으로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 등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8월 서울시는 마곡 르웨스트에 대해 20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거쳐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또 이번 지원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경우, 전용출입구 설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오피스텔 건축기준도 개정될 예정이다.
 
이밖에 생숙 개별실 소유자들의 숙박업 신고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신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번주 중으로 복지부에서 조례개정 예시안을 광역시도에 배포해 조례개정을 독려할 예정이다.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한 객실·면적 기준 완화 등 조례개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11월부터 생숙 소유자 대상 지자체 담당자 등 정보를 담은 안내문을 발송하고, 숙박업 신고와 운영방법에 대한 설명회도 개최해 합법 사용을 촉진해 나갈 예정이다.
 

신규 생숙은 주거전용 원천 차단조치

반면 향후 새로 지어질 생숙에 대해서는 주거시설로의 전용을 원천 봉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신규 생숙은 '30실 이상', '건축물 3분의 1 이상', '독립된 층'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하는 등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축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발의한다.
 
이 기준은 다만 개정되는 건축법의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생숙 건설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개별실 단위로 분양이 허용돼 불법 주거전용 가능성은 물론, 일부 생숙의 경우 불완전 판매 논란도 제기돼 왔다.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하면 이같은 문제가 원천 차단되고 생숙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용도변경 이행강제금 부과도 유예

연합뉴스

각 지자체는 오는 11월 말까지 지자체별로 미신고 생숙 물량 규모에 따라, 국토부가 배포하는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생숙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야 한다. 생숙 지원센터는 생숙 소유자·사업자 대상 지자체별 생숙 정책방향 안내, 숙박업 신고 및 용도변경 컨설팅, 주민협의체 운영 지원 등을 맡게 된다.
 
아울러 관계법령·조례 개정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 이행강제금 부과가 내년 9월까지 유예된다. 내년 9월까지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담당자를 통해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 또는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에 대해서는 2027년 연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절차 개시가 미뤄질 예정이다.
 

집 아닌 집 생숙…집값 상승기 대체재 부상

생숙은 당초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광수요 증가에 발맞춰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취사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건축법상으론 소유자가 거주할 수 없는 숙박시설이다.
 
하지만 설계상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유사해, 2017년부터 본격화된 집값상승기 사실상 주거용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오피스텔에 비해 주차장 면수 등 건축기준은 물론, 세제·금융·청약규제 등 규제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아 수분양자에게 유리했다.
 
정부는 2021년 오피스텔 용도변경 미이행시 이행강제금 부과 등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물량이 5만2천실로 집계돼 있다. 또 공사 중인 물량 6만실 등 10만실이 넘는 생숙이 여전히 주거전용 우려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원방안의 차질 없는 후속조치를 위해 국토부·복지부·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속한 법령 개정, 지자체별 생숙 지원센터 설치·운영 상황 점검을 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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