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전쟁 장기화로 병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군이 여성 모델을 앞세워 젊은층을 유혹하기 위한 모병 광고를 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핀업걸' 스타일의 우크라이나 모병 광고에 대해 보도했다. 핀업걸은 80여년 전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이 사기 진작을 위해 관물대에 핀으로 고정해놓은 여배우 사진을 뜻한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제3독립돌격여단은 미모의 여성 모델을 동원해 모병 광고를 촬영했다. 비눗물로 적신 군용 차량 위에서 여성이 팔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 포즈를 취한 사진과 한 여성이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안겨 지긋이 바라보는 사진 등 다소 선정적인 광고가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처럼 병무청이 징병을 전담하는 게 아니라 130개가 넘는 여단이 각자도생으로 신병을 모집한다. 전쟁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희귀한 병력 자원을 두고 여단끼리 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제3독립돌격여단의 미디어팀 지휘관 크리스티나 본다렌코는 "우리가 군대에 있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현대전이며 더 개방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최전선 근처에서 찍힌 병사들의 사진으로 제작한 광고를 예시로 들며 "모병 광고는 매일 150~200건의 지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실제 입대는 지원 중 10% 수준이었지만 그는 이를 성공적인 성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1천 개가 넘는 광고판을 점령한 모병 광고가 대부분 기부금을 활용해 이뤄낸 성과라고 덧붙였다.
모병 광고를 접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나라를 지키는 군대에 감사와 응원을 보내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 광고는 선정적이고 로맨틱해서 위험하다", "민망하다" 등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한편 12일 온라인 상에서는 모병관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우크라이나의 인기 록밴드 오케인 엘지의 콘서트 현장을 급습해 강제로 남성들을 끌고 가는 듯한 영상이 퍼졌다. 3년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병력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