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역량에 인공지능(AI)을 더한 'AICT' 회사가 되겠다고 천명한 KT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 통신 네트워크 운용과 관리를 맡는 자회사를 설립해 인력을 대거 이동시키고, 본사는 AI를 비롯한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OSP와 KT P&M(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진의 큰 반대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KT 지분율 100%로 설립된다. KT OSP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 등을, KT P&M은 국사 내 전원 시설 설계 등을 맡을 예정이다. 두 회사 출자금은 각각 610억원과 100억원이다.
KT는 이번 법인 신설과 함께 본사 네트워크 관리 부문 직원 약 5700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이 중 약 3800명이 신설 자회사 2곳으로 전출된다. 만약 자회사 전출을 원하지 않는다면 특별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전출도 퇴직도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백상권 영업, 민원 응대 등 직무에 배치할 계획도 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AI'다. AI와 정보통신기술 위주의 'AICT 회사' 전략을 전개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과잉공급된 인력을 조절하고 AI 등 회사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부문의 인력을 충원한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회사는 노사 합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자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법인 설립은 이사회 의결을 거쳤지만,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 규모, 보상 등은 노조와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노조의 반대는 거세다. KT 노동조합 중앙본부는 사측의 계획에 반발해 14일부터 철야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부터는 KT 광화문 사옥에 모여 단체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 참여 인원은 300여명이다.
KT 노조 관계자는 "회사 법인의 설립까진 막을 수는 없지만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이사회 의결 이후 이미 사측과 노조의 교섭은 시작됐고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KT 새노조도 이날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 결정이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배치된다는 점도 노조 반발을 심화시키고 있다.
KT 측은 "'구조조정'하면 연상되는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이 아니라,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직원 선택 기반의 직무와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와 보상 및 고용연장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