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 갇힌 개미, 46번 신고점 쓴 美투자로 '탈출'

올해만 46번 역대 최고점 경신한 S&P500 다우도 새 역사
2021년 고점 대비 20% 빠진 2600선 오르내리는 코스피
달러 환전한 서학개미 710만명…작년보다 51만명 늘어
5년새 해외투자 ETF 순자산 14.4배 증가…국내투자 2.2배 그쳐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가 계속되며 역사상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박스권에서 답보 상태인 코스피에 지친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투자가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 S&P500 지수는 0.8% 오른 5859.85로 장을 마치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도 역사상 처음으로 4만 3천선을 돌파했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의 1년 치 수요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43% 상승한 138.07달러로 역사상 최고점을 새로 썼다.
 
하지만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2021년 6월 역사상 고점인 3316.08에서 약 20% 하락한 2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만 신고점을 46번 경신한 S&P500과 크게 대조된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서학개미)가 확대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3분기 기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1379억 4천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분기보다 8.3% 늘어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9개 증권사에서 올해 8월 말까지 달러 환전 투자자는 모두 710만 7948명이다.
 
달러 매수와 매도 투자자를 합친 숫자로 중복이 존재하지만, 증권사 환전은 주식이나 채권 투자용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서학개미'의 숫자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서학개미는 지난해 말 659만 6066명에서 51만명 증가했다. 반면 국내 투자자는 2022년 1440만명에서 지난해 1415만명으로 감소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도 해외 자산을 기초한 상품에 투자가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 상장 ETF 중 해외투자 상품은 386개로 순자산은 53조 3천억원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순자산이 14.4배 증가했다.
 
국내투자 ETF 수는 507종으로 순자산은 106조 1천억원이지만, 5년 전보다 순자산이 2.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편 이 같은 해외투자 증가가 국내 거시경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금융자산의 축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수지 흑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외화유동성 사정 악화 시 안전판 역할 등 거시적 차원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며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외환 매입이나 환전 또는 해외송금 등과 관련한 시장 인프라나 제도적 개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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