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산부에게 배포하는 배지가 수량 부족으로 품절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배지를 나눔으로 공유하다 중고로 거래하는 사례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임산부 혜택을 이용하려는 일부 '얌체족'의 행태까지 겹쳐 논란이 한창이다.
"임산부 배지 사요."
15일 국내 온라인 기반 중고거래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임산부 배지를 거래하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눔으로 금전거래가 없는 글도 있지만 간혹 금액을 제시하고 구매 및 판매하는 글도 종종 있었다.
임산부 배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임산부가 좌석을 배려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 먼저'라는 문구가 적힌 동그란 가방 고리형 배지다. 일반인이 임산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위급상황 발생 시 임산부가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산부 배지의 물량이 부족해 임산부 등록하고도 배지를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몸이 불편한 임산부가 당장 배려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배지를 나눔으로 제공받거나 금전으로 거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최근에는 임산부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곳들이 생기면서 이같은 '음지'에서 배지 거래는 더 활발해졌다.
특히 대전 유명 제과점 성심당은 임산부에게 5% 구매 할인에다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한 일명 '프리패스' 혜택을 제공했다. 실제 임신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악용해 출산 이후에도 임산부 배지를 가져다 활용하거나, 중고거래로 확보한 배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얌체족' 사례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 문제로 커지자 성심당은 임산부 배지에 산모 수첩도 반드시 소지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누리꾼들은 "좋은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된 배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양심과 상식은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다", "배지를 출생신고할 때 반납까지 완료하도록 만들고 돌려 사용했으면 좋겠다", "출산하니 지인이 배지를 달라고 했는데 난감했다. 본인만 쓸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임산부 배지의 생산·지급을 담당하는 인구보건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임신부 배지가 1년 동안 필요한 수량을 예측해 한 번에 전국으로 배포된다"며 "최근 부족했던 임산부 배지 이슈는 9월 말 신규 배포로 해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부 배지 배포와 달리 회수 및 반납은 아직 구체적인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출산 후 일부 보건소에 반납하는 분들이 있지만 의무적인 건 아니라서 따로 규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임산부 배지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임산부 혜택을 받을때 '서울지갑' 앱에서 임산부 앱카드를 받으면 산모수첩, 임신확인증, 임산부 배지 등을 지참할 필요 없이 임산부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산부 앱카드는 분만예정일로부터 5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어 출산 이후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