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경기장에 울려 퍼진 관중들의 거센 야유가 다시 열띤 응원으로 바뀔까.
지난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팔레스타인과 0대0 무승부를 거둔 뒤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관중들은 경기 전부터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지난 7월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탓에 여전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 결과까지 만족스럽지 못해 관중들은 아유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경기 전 선수들에게는 응원을 보냈지만,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은 감출 수 없었다.
그러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관중석으로 향해 야유를 자제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 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다"면서 "경기 시작 전부터 야유가 들리니까 아쉬워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홈에서 열리는 A매치다. 한국은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4차전을 치른다.
홍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팔레스타인전 이후 원정에서 오만, 요르단을 연달아 꺾고 2연승을 달렸다. 3차전까지 2승1무를 거둬 B조 1위(승점7·골 득실 +4)를 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승점이 같은 2위 이라크(승점7·골 득실 +2)를 상대로 홈 첫 승과 B조 단독 1위를 노린다. 이라크(55위)는 B조 6개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23위) 다음으로 높은 서아시아의 강호다.
홍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14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요르단전을 마치고 선수단에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지난달보단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잘 준비해서 내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재는 평소보다 더 큰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번 10월 A매치에 합류하지 못해 김민재가 대신 주장을 맡았다. '임시 주장'인 그는 "어린 선수들과 내가 7~8살 차이가 나는 만큼 불편하겠지만 잘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김민재는 "홈에서 2위와 하는 경기인 만큼 무조건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면서 "승점 6짜리 경기다. 내용과 결과 모두 가져오면 베스트겠지만, 일단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 달 전 관중들의 거센 야유에 감정적으로 충돌한 김민재. 이번에는 승리와 함께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을 유도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