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중간부터 둠칫거리는 EDM 소리가 들렸다. 슬픈 장면에서 노랫소리가 작아질수록 EDM 소리는 더 크게 들리더라. 황당했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공연 관람객들의 환불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주최 측의 진행이 미흡했을 뿐 아니라 근처에서 열린 콘서트 소음이 유입돼 공연을 즐길 수 없었다는 이유다.
14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대작 '투란도트'의 막이 올랐다.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팀의 최초 내한 공연이자 이탈리아 베로나의 야외 무대를 그대로 재현할 것으로 알려져 오페라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해당 공연을 단독 판매한 '인터파크 티켓'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20건가량의 환불 문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외부 소음과 운영 미숙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인생 최악의 경험", "사기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편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을 보러 갔다는 A(30)씨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2막 중간부터 밖에서 EDM 소리가 들렸다. 지휘자나 배우들에게 (감정선에 방해될까) 아슬아슬한 마음이 들더라"라며 "7월에 예매해 3개월을 기다린 공연이었는데 아쉬움만 남는다. 솔직히 돈과 시간을 쓰고 피해 본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가족과 공연을 봤다는 B씨는 "내가 오페라를 보러 온 것인지 다른 콘서트를 보러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외부 노래가 너무 크게 들려 그걸 따라 부른 관객이 있을 정도였다"며 "방음이 안 되면 본공연 음향으로 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페라 공연이 열린 토요일과 일요일, 같은 시각 올림픽공원에서는 3건의 공연이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200m가량 떨어진 88잔디마당에서는 일렉트로닉 록 밴드 등이 출연하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가, 약 230m 떨어진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는 가수 보아 콘서트가 열렸다.
주최 측의 상식적이지 않은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A씨는 "구역간 이동을 제지하지 않아 공연 시작 직전 뒷좌석에 앉아 있던 관람객들이 우르르 앞좌석으로 이동했다"며 "공연 시작 후에도 이동이 있었고 시끄러웠다"고 밝혔다.
B씨는 "주최 측이 시야 방해석(D석 일부) 업그레이드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그냥 A석으로 보냈다"며 "형평성의 문제다. 35만 원짜리 R석을 구매했는데 당연히 뒷좌석보다 좋은 조건에서 보기 위함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공연의 티켓값은 최고 55만 원부터 최저 5만 원까지, 총 8등급으로 나눠 책정됐다.
전광판이 보이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불만도 있었다. 원어로 진행되는 공연의 경우 보통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데, 자막이 나오는 전광판이 무대 양 끝에서 20여m 떨어진 상단에 2곳에만 설치됐다. 구조물이나 조명 위치 때문에 자막을 아예 보지 못한 관객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투란도트 측은 "구역 간의 이동 금지를 사전 공지했으나 현장 제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람객들의 좌석을 옮겼다"며 "공연에 지장이 갈 수도 있기에 막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시야 방해석 업그레이드가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일부 날짜에 일부 등급의 티켓이 매진되어 모든 일자의 관객들이 동일하게 업그레이드 받으실 수 있도록 진행한 것"이라며 "예매한 좌석과 가장 비슷한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랜덤 배정된다고 고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전광판의 위치에 대해서는 "아레나 디 베로나와 같은 위치에 같은 수량으로 설치한 것"이라며 "자막이 더 크면 자막의 빛 때문에 관람에 방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