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정부에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공식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임신 중지 비범죄화 후속 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권리보장 입법 촉구 법조계·의료계·시민사회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낙태죄 위헌소송 대리인단의 단장이었던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 변호사는 "2020년 말 잠정적으로 형식적 효력을 유지하던 기간도 넘겨 낙태죄 조항은 형식적으로도 완전히 효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낙태죄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던 모자보건법 제14조도 더 이상 효력이 없고 모든 임신 중지는 비범죄화됐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의 상태를 굳이 입법 공백 상태라고 한다면, 그것은 처벌 조항의 공백 상태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 중지와 재상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입법 공백만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아무런 정책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지 않는데, 입법 공백의 책임은 바로 정부의 책임 방기임에도 마치 의회만의 책임인 양 떠넘기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임신 중지가 비범죄화된 상황에서 '입법 공백'으로 인해 여성의 건강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지적했다.
살림의원 산부인과 고경심 전문의는 "올바른 정보의 부재와 함께 왜곡된 정보가 횡행하고 있으며, 해외직구로 불법으로 유산유도제가 구입되고 있으나 그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짜 약물의 피해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의료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여러 형태로 수술적 임신 중지와 함께, 비수술적 약물 유산유도제가 고가의 진료비와 함께 제공돼 경제적 접근성도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임신 중지 방법을 명시한 '가이드'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대표는 "복지부에 WHO(세계보건기구) 2022 가이드 권고를 기준으로 임신 중지 사전, 사후, 임신 기간에 따른 구체적인 임신 중지 방법을 명시한 임상가이드와 상담가이드, 가까운 의료기관 정보를 포함한 공식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와 상담, 지원 간 원활한 연결을 위해 전국 보건의료 기관의 임신 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 가능 수준을 파악하고 공식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