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꼴찌' 경북북부…'의과대 신설' 안하나 못하나?

안동대 캠퍼스 전경. 안동대 제공

의료서비스 수준이 전국 꼴찌인 경북북부 지자체와 경상북도, 국립안동대가 지역소멸위기 극복과 주민편의를 위해 의과대 설립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경북도와 전남도는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의사를 양성할 의과대가 없는 전남남부와 경북북부지역에 각각 국립의대를 설립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해당 지자체 등 관계당사자들의 의대설립을 위한 노력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10여년전 유치운동 시작.. 북부 최대이슈 부상

안동대는 지난 2013년 7월 '안동대 의과대 신설을 위한 TF'를 구성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안동시와 봉화, 영양 등 북부지역 단체장들은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안동시의회는 2015년 의대 설립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의대신설은 북부지역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 지역이 내세우는 의대설립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인구 천명당 의사수 최저(1.39명) △상급종합병원 0개 △응급의료 취약지 최다(11개시군) 등 통계상으로도 명백한 의료사각지대다. 올해 정부의 의대증원에서도 경북은 철저히 소외됐다. 인구 237만명인 대구는 218명, 255만명인 경북은 겨우 71명(동국대 경주) 증원됐다.
 
경북북부지역이 의료공백지대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안동대 제공

이 마저도, 경북도에 따르면 동국대 경주캠퍼스 의대입학생 49명(1년기준)의 90%가 역외로 이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인해 동국대 경주병원의 병상수는 1991년 322개 → 1999년 508개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2018년 387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대구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리가 멀어 응급환자의 경우 이송 중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응급환자의 초기 조치를 위한 골든타임은 20~30분이다. 경북도청이 위치한 안동시~동국대병원 151km, 경북도청~경북대병원은 106km, 최고 오지인 영양 봉화 영주는 말할 것도 없다. 대구지역 병원과 가장 먼 곳은 223km나 떨어져 있다.
 

대구에 병원 있지만 이동에 1시간 이상 걸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대구, 경주와는 별도로 의과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북부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논리다. 이혁재 안동대 부총장은 10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북북부지역은 전남보다 의료환경이 더 취약해 지난 10년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특히 정부 정책입안자나 국회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증원을 추진한 보건복지부의 포스터. 의사를 늘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소극적인데는 의대와 병원 설립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해 경북도와 안동대 측은 안동병원, 안동의료원(도립)을 의과대 부속병원(협력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안동대는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안동대-안동병원 업무협약서(MOU)를 지난 3월12일 체결했다. 안동의료원과도 비슷한 협약을 맺었다.
 
안동병원이나 도립의료원을 의대부속병원으로 활용할 경우 의대.부속병원 설립예산이 1/12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안동대 의뢰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의대설립 타당성 용역을 시행한 결과(2021년) 총 소요비용이 7천억원 내외로 추산됐지만 병원을 공유할 경우 580억원 정도의 의대설립비만 투입해도 된다. 경북도와 안동대는 사업비 감축 외에도 △글로컬대학 지정 △공공형 대학전환 등으로 의대신설의 타당성을 높일 계획이다.
 

안동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사용하면 580억원으로 줄어

동국대처럼 의대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탈하는 문제는 신설의대의 신입생 가운데 80%를 경북지역에 할당해 뽑고 의사가 된 뒤 '10년 의무복무제'를 적용해 유출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국립 안동대의 의과대학 설립 추진 경과. 안동대 제공

의대신설과 상급종합병원 설립으로 지역의 정주여건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지역소멸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농촌이나 산간지역 귀촌의 최대 걸림돌은 열악한 의료시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살던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가는 원인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세대별 인구변동추이(2020년)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0~49세 연령대 인구는 유출(2만950명)뿐이었고 50~59세, 60이상 연령대는 2159명이 유입됐다. 50세 이상 귀촌 인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문제였다.
 
경북북부 지역민들은 지역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전남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약속이 나온 뒤 이런 요구가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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