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한강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한강의 책이 완판되며 일부 서점은 한강 부친의 책과 구판본을 매대에 올렸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얹은 한강의 책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13일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이날 오후 2시까지 53만부가량 팔렸다. 교보문고에서는 10일 밤부터 이날 정오까지 26만부가 팔렸는데, 이는 노벨상 직전 기간(7~9일) 대비 910배 늘어난 수치다.
한강 작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출판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형서점은 진열해 놓은 한강의 작품을 대부분 판매해 사전 예약 형태로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강 책 다수를 펴낸 문학동네·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사 등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쇄에 들어갔다. 불황에 시달리던 인쇄소도 지난 주말 특근에 나섰다고 한다.
'완판'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화문 교보문고가 한강의 95년작 '여수의 사랑' 구판을 판매해 관심을 모았다. 개정판이 발간되며 최근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던 책이다.
한 서점 이용객은 "재고 소진되었다고 해서 나가려는 길에 '여수의 사랑' 재고가 들어왔다. 행운이다"고 자신의 SNS에 후기를 적었다. 다른 이용객은 "여수의 사랑 구판을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서점에 갔다"며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승원의 책 판매량은 지난 10일 밤부터 이날 정오까지 지난 7~9일과 비교해 약 110배 늘어났다. 교보문고는 '소설가 한강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 모음전'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당장 새책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면서 중고책 가격도 급등했다. 특히 초판과 같은 희귀본의 경우 '웃돈'이 붙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한 판매자는 '채식주의자' 초판 1쇄, 저자 서명본을 5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초판 1쇄란 처음 만든 판으로 처음 인쇄한 것을 의미한다. 초판본 중에서도 가장 처음 인쇄된 책이기 때문에 소장가치를 인정받는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초판 사인본은 70만 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한강이 2007년 펴낸 산문집으로 현재 절판돼 더 귀한 책이 됐다. 권말 부록으로 실린 음반에 한강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 열 곡이 실려있다.
이밖에 '몽고반점'이 수록된 '2005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20만원에, '소년이 온다' 10주년 양장본이 10만원에 판매 중이다. '채식주의자' 등 대표작 초판 1쇄는 40만원, 사인본은 80만원에 사겠다는 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