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켈리 퍼펙트 저지했던 삼성 윤정빈, 가을야구 데뷔전부터 '4출루'

삼성 윤정빈, 플레이오프 첫 득점.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윤정빈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됐던 올해 정규리그 경기는 지난 6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이다.

이날 주인공은 LG의 전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였다. 켈리는 8회가 끝날 때까지 삼성 타선에 안타, 볼넷, 몸에 맞는 공을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퍼펙트게임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프로야구 43년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켈리의 퍼펙트 행진은 9회 깨졌다. 멈춰 세운 삼성 타자가 바로 윤정빈이었다.

윤정빈은 9회 선두타자로 나서 켈리의 2구째 134km짜리 낮은 체인지업을 받아 쳐 중견수 왼쪽으로 향하는 안타를 뽑아냈다.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뻔한 팀을 마지막 순간에 구해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윤정빈은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LG를 다시 만났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PO 1차전 LG전에서 윤정빈은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깜짝 출전이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상대 선발 우완 최원태를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인 윤정빈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했다.

게다가 2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겼다. 우투좌타인 윤정빈이 특히 우완 투수를 상대로 강했기 때문이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한 윤정빈의 타율은 3할4리다.

삼성 윤정빈, 2루타 세리머니. 연합뉴스

윤정빈은 첫 타석부터 박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1회말 1사 상황 최원태의 2구째 슬라이더를 타격, 우익수 오른쪽 깊은 코스로 향하는 2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구자욱의 안타, 르윈 디아즈의 희생 플라이로 홈 베이스까지 밟아 팀의 첫 득점을 만들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윤정빈은 최원태를 괴롭혔다. 3회말 무사 1루 기회에서 우전 안타를 뽑아내 무사 1, 3루 기회를 차린 것. 후속 구자욱의 3점 홈런이 터지면서 윤정빈은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5회에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6회에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상대 불펜 김대현의 폭투 때 홈으로 들어와 이날 자신의 3번째 득점을 올렸다. 윤정빈의 활약 덕에 삼성은 이날 LG를 10 대 4로 제압했다.

주목할 점은 이날 경기가 윤정빈의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다는 점이다. 윤정빈은 지난 2018년 2차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4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삼성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1군에서 출전 기회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2022년에는 13경기에 출전해 안타 없이 1득점을 올렸고, 2023년에는 28경기 5안타 1홈런 3타점 5득점 1도루의 성적을 냈다. 올해는 69경기에 나서 46안타 7홈런 20타점 26득점 1도루를 기록, 타율 2할8푼6리를 작성했다.

윤정빈 득점에 박수 치는 삼성 박진만 감독. 연합뉴스

가을야구 데뷔전부터 4출루에 성공한 윤정빈의 깜짝 활약이 이어질 수 있을까. 윤정빈이 2차전에도 선발 기회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차전 정도의 활약이라면 박 감독 역시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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