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작인 '원티드'(WANTED) 앨범이 나온 게 2021년 10월이었다. 국내 신곡 발매는 3년 만이다. "컴백한 게 기억이 안 날 정도"(이정신)라는 밴드 씨엔블루(CNBLUE)가 "알맹이 있는 앨범"(이정신)으로 돌아왔다.
씨엔블루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 번째 미니앨범 '엑스'(X)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리더 정용화는 "십, 이십, 삼십 이런 건 왠지 모르게 챙겨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며 "20집을 위해 달려가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강민혁은 "신곡을 갖고 컴백하다 보니 무척이나 설렌다"라며 앨범 발매일인 14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앨범을 내기까지 3년이나 걸린 이유는 '시간 부족' 때문이다. "저희는 매년 내고 싶은데"라고 운을 뗀 정용화는 "내년엔 앨범 내야지, 하고 그때부터 준비해도 막상 내년이 되면 새로운 투어가 생겨서 하반기에 내자, 하고 하반기가 되면 내년에 내자 이런 식이 된다. 그래서 저희도 (이번에) 내면서 '3년이나 됐어?' 했다. 앨범으로 생각해 보면 진짜 나이를 빨리 먹는구나 싶다"라고 밝혔다.
원래는 콘서트 개최 전인 9월에 앨범을 낼 계획이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는 내자"(정용화)라고 생각한 이유도 있다. 밴드 음악을 향한 주목도가 이전과는 달라진 덕이다.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지난해서야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씨엔블루는 '밴드 음악이라는 구름'을 대기 중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페스티벌도 더 잡았다.
"더 만족하고 싶어서, 더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정용화) 앨범 발매가 조금 늦어졌다. 완성도를 높이고자 신경 쓴 부분을 묻자, 정용화는 "씨엔블루는 어떤 걸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항상 앨범 낼 때마다 한다. 좀 더 신나게 하려고 가공된 소스를 넣고 거기에 악기를 얹는 방식으로 한창 곡을 많이 쓸 때가 있었다. 이번엔 다시 원초적인 밴드 음악을 하자, 밴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가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라고 답했다.
악기 소리를 앨범 안에 녹일 때 신경 쓴 부분이 궁금했다. 베이시스트 이정신은 "리얼 베이스가 들어갔을 때, 미디 베이스가 들어갔을 때 (소리) 차이가 있다. 라이브 때 좀 더 화려하게 연주해야 할 때도 있고, 이런 걸 정확하게 구분해서 듣는 편인데 '그 곡에 어울리는' 베이스를 맞게 넣으려고 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저희 취향에 맞는 소스를 항상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드러머 강민혁은 "가상 소스를 섞어 쓰거나, 그것만 쓰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듣기 좋은 음악'을 해야 하니까. 요즘 워낙 밴드 붐이 일어나기도 했고, '외톨이야' 때부터도 그렇고 원초적인 사운드를 이번에 더 부각하자고 해서 가상악기보다는 실제 악기 사운드를 좀 더 부각하도록 초점을 맞춘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최종 타이틀로 선정된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A Sleepless Night)다. "음악적인 부분을 제일 고민"(강민혁)하면서, 어떤 곡을 타이틀곡으로 할지 많은 논의를 거쳤다. 날이 추워지니 발라드를 해야 할까, 공연에 어울리는 더 신나는 노래를 해야 할까 하는 갈림길에서 하상욱 시인의 시구절 중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란 문장에 꽂혔다. 보는 순간 리듬과 멜로디가 떠올라 뭔가 '맞아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정용화는 설명했다.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를 쓸 때, 정용화는 "어떤 리듬이 기억에 남는 곡"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만든 노래는 약간 주입식이라고 해야 하나, 단어에 집착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리듬이 기억에 남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타이틀곡을 들은 소감을 물으니, 이정신은 "일단 가사도 너무 좋고… 저는 들었을 때 그냥 좋아야 한다는 게 1번이다. 좋고 신나야 한다는 게 (저와) 맞아가지고, 저는 처음부터 굉장히 응원했던 곡이다.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가) 타이틀로 선정됐을 때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민혁은 "수록곡 중에서도 타이틀을 '가장 사랑했던 너에게'(To. My Love)라는 발라드로 가야 하나, '배드 배드'(BAD BAD) 같은 신나는 노래를 선택할까 하는 과정 속에서 '그그그'는 리듬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점이 대중에게 어필이 잘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드럼도 어떤 식으로 녹음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던 곡이고, 드러머로서 좀 더 크게, 강하게 드럼 사운드에 관해 어필을 했던 타이틀곡이었던 것 같다. 들었을 때 강렬하고 재미난 리듬을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씨엔블루가 '그리워하는 시절'은 언제일까. 정용화, 강민혁, 이정신 모두 '외톨이야'로 활동한 데뷔 초 시절을 꼽았다. "항상 좋았던 때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이정신은 "'외톨이야' 활동 때 너무 바빴다. 기억이 정말 얼마 없다. 잠도 자고 그럴 때라. 스무 살에 거친 연예계 생활을 처음 맞닥뜨린 거니까 잘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 시작하는 걸음마 떼던 그런 때인 것 같다"라고 말을 이었다.
강민혁은 "저도 '외톨이야' 준비했을 때, 막 데뷔했을 때 그 시절이 가장 그리운 것 같다. '외톨이야 '처음 나와서 데모(임시 곡) 가지고 있었을 때 지인들에게 들려주면서 '어때?' 했다. '이게 진짜 나온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그그그'도 데모 버전을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들려주고 '어떤 것 같아? 좋은 거 같아? 잘될 거 같아?' 물어보면서 그 시절이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데뷔 첫 미니앨범 '블루토리'(Bluetory)의 발매일을 여전히 기억한다는 정용화는 "저희가 1월 14일날 앨범이 나왔다. 2009년에 녹음을 다 끝냈고 제대로 믹스가 되진 않았지만 녹음된 파일을 먼저 받아 들으면서 이걸 빨리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저희가 영등포 살 때, 카니발에 노래 크게 틀어놓고 홍대에 사람이 많으니까 창문 좀 내려갖고 틀었다"라고 밝혔다.
"그때 저 '미남이시네요'로 한창 인기가 많아서 (홍대를) 걸어 다니진 못하고…"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낸 정용화는 "(차로 다니며) 새어 나오는 이 노래 듣고 반응이 어떨까 되게 궁금해했다"라며 "그때 반응이 되게 좋았다. (들은 분들이) 리듬도 타고 약간 '무슨 노래지?' 이런 느낌으로 쳐다볼 때 그런 걸 (저희가) 즐길 때가 있었다. 너무 순수하게 음악을 했던 것 같아가지고 그립다"라고 부연했다.
정용화는 "하루하루 되게 즐겁게 연습했다. 연습생이란 개념보단, 재밌게 놀고 합주하면서 돈 없어가지고 싼 거, 막 맥도날드 하나 먹으면서 재밌는 얘기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데뷔한 케이스다. 되게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고 좋아했다. 돈을 벌기 위해 뭉친 느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너무 즐거워서 하는 그런 느낌이 강해서, 그때가 우리의 가장 순수했던 때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스무 살부터 스물두 살까지, 어린 시절 데뷔했던 씨엔블루는 이제 데뷔 14주년을 넘기고 내년 15주년을 앞둔 밴드로 자라났다. '외톨이야'가 크게 사랑받으면서 인지도도 높아졌고 공연 경험을 두루 쌓았으며 여러 히트곡도 배출했다.
정용화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신인 시절과 지금 완전히 똑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음악을 할 때, 공연을 할 때는 그때 그 마음으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음악 할 수 있는 것 같고, 이런 게 팬들에게도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저희 장수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