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결혼의 순기능…"남편, 연기 깐깐하게 봐"[EN:터뷰]

배우 장나라. 라원문화 제공 라원문화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배우 장나라에게도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스타 이혼 변호사 차은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심했기 때문. 당연히 100% 만족한 작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변주를 줬다.

"연기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완전히 해소되는 날이 올까요? 그래도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과연 시청자들이 괜찮을까 싶었던 부분도 잘 넘어가 주셔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기도 한데 감정 표현을 잘게 쪼갰어요. 어쩔 때는 그게 잘 보이지 않고 오히려 좀스러워 보여서 별로라는 분들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걸 극대화시켰어요. 다양한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굿파트너'는 빠른 시청률 성장세를 보여 20%의 벽을 넘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고 시청률 17.7%에 그쳤다. 차은경이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과 이혼을 마무리하면서 재미가 떨어졌다거나 이혼 후 차은경이 가정이나 일터에서 어려움에 처하는 설정이 부자연스럽단 평가도 나왔다. 특히 이혼가정에서 '아빠'의 역할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차은경이란 캐릭터가 처했던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처가 아니었나 싶어요. 만약에 자녀가 없었다면 다른 결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목숨 같이 소중한 딸 재희(유나 분)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또 작가님은 싸움과 갈등으로 끝나는 것보다, 깨달음으로 끝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차은경이 마지막 회에서 '김지상이 어찌 됐든 간에 재희가 있게 해줬다'라고 하거든요. 차은경에게 재희라는 존재는 남편 때문에 온갖 몹쓸 짓을 겪어도 그냥 김지상을 '재희 아빠'로만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 귀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자녀가 없어서 모르지만 저희 엄마에 빗대서 생각하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사이다 선택을 마냥 할 순 없을 거 같아요."

김지상 역의 배우 지승현에게는 더 없는 고마움을 표했다. 지승현은 김지상으로 일명 '국민 불륜남'으로 떠오르며 뜨거운 분노를 한 몸에 받았다. 겉으로는 가정을 위하는 듯하지만 사실 오랜 시간 불륜을 지속하고, 자녀가 이를 목격해 상처까지 받으면서 최악의 남편이자 아빠가 됐다. 장나라가 겪어 본 '불륜남' 캐릭터 중 김지상이 단연 압권이었다.

"예전에 했던 'VIP'라는 드라마에서도 남편 박성준(이상윤 분)이 불륜을 저지르거든요. 근데 제가 얼마 전에 그 드라마 감독님과 메시지를 하면서 성준이는 좀 용서하고 같이 살아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용서 못한다고 했는데 김지상을 겪고 나니까 박성준은 괜찮은 거예요. (웃음) 지승현씨에게 너무 감사했고, 사랑도 많이 받으셨지만 저희가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하게 걱정도 했어요. 마음이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굉장히 여유롭게 다 내려놓으시고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려주셨어요."


배우 장나라. 라원문화 제공

드라마 속에서 말 그대로 '굿파트너'였던 신입 변호사 한유리 역의 배우 남지현과 호흡은 어땠을까. 장나라에게 남지현은 마치 '복덩이' 같은 존재였다. 그런 남지현과 흔치 않은 여성 주연물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감사함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이 좋았어요. 그 친구가 나무처럼 딱 굳건하게 서있으니까 제가 너무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차은경을 풀어낼 수 있었거든요. 얼마나 예쁘겠어요? 촬영장 가서 보면 정말 복덩이 같아요. 애 얼굴이 복주머니처럼 보이는 거예요. (웃음) 이게 사실 여성과 여성 주인공 드라마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여성과 여성이든,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이 촬영하시는 탐정물이든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질수록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이걸로 먹고 사는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거든요. 저희 드라마가 잘돼서 이런 류의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나라는 올해 SBS 연기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도 점쳐진다. 그러나 본인은 더 이상 상에 대한 욕심은 내려놨다는 전언이다.

"욕심은 저 멀리 보내 놓았어요. 이런 지 좀 오래됐거든요. 제 개인적 욕심은 작품이 잘되거나, 작품의 연기가 그나마 좀 호평을 받아서 이 다음에 제가 다른 걸 조금 더 시도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사실 사랑해 주시면 좋죠. 다만 사람 욕심인데 제가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생활하면 좀 집착할 거 같아요. 그러면 너무 삶의 질이 떨어질 거고요."

장나라는 유독 집중력과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뿐 아니라 이번 '굿파트너'처럼 새로운 표현법을 찾아서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 그런 시도들이 대중의 호평을 받는다. 어떤 조건 속에서 이처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인간 장나라와 배우 장나라를 아예 분리해야 연기가 가능하더라고요. 그게 제 밸런스 같아요. 실제 생활이 즐겁고 안정적이고 고민이 없어야 연기가 고민이 많아도 되거든요. 생활에 별 일이 없으면 연기로 와서 고민을 하든, 화를 내든, 경악을 하든 집중할 수 있는데 생활에 갈등과 문제가 있으면 이걸 생각하는데 빠져서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완전히 갈라 놓고 무시를 해서, 최대한 제 평소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요."

 
배우 장나라. 라원문화 제공

최근 장나라의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촬영감독인 남편과의 결혼일 것이다. 함께 TV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서로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파악하게 된다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 덕분에 연기도 순항 중이다.

"남편이 평소에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인데 영상물이나 사진을 보면 좀 깐깐하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면서도 저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지는 말을 많이 해요. 주변에도 저희 남편은 감성적으로만 봐주지 않으니까 서운해 하지 말라고 해요. 같은 작품을 봐도 배우는 연기만 계속 보고 있고, 남편은 촬영이나 미장센만 계속 보고 있는 거죠. 이런 전문성을 가진 일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어요. 마음가짐이 결혼 이후에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생활이 워낙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재미있다보니 집중이 훨씬 잘 되더라고요."

이렇게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이지만 '굿파트너'의 주된 소재는 이혼이었다. 그렇기에 장나라 역시 이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존재하지만, 장나라에게 이혼은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누구나 결혼할 수 있듯이, 누구나 이혼을 할 수 있어요.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스트레스에 빠져 계신 분들에게도 즐거운 일이 생기셨으면 해요. 새로운 선택이니까요. 어떤 선택을 했으면,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사실 많아요. 모든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요? 사람들이 고정관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나라가 꿈꾸는 '배우'로서의 미래는 조금이라도 새로움을 갖고 나아가려는 마음이다. 정체되어 고여 있는 것이 그에겐 가장 괴로운 것 중 하나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직업이 배우이고, 연기가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은 모든 일을 하는 분들이 다 갖고 계실 거예요. 그냥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겨요. 더 잘 보이고 싶고,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니면 너무 정체되어 있고 저번과 별다를 거 없을 때는 참 괴로워요. 그나마 저번보다는 새로 잘한 것 같은 때는 괜찮더라고요. 늘 그 이상을 저도 보여주고 싶은데 안되면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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