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일등공신 英번역가 화제…한국명 '金보라'

지난 2016년 5월 16일 당시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작가 한강(오른쪽)과 영국 출신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의 작품을 영어로 소개해온 영국 출신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주목받고 있다. 스미스는 지난 2016년 한강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인물로 익히 유명하다.

데보라 스미스 소속 출판사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번역서를 주로 내는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10일(현지시간) SNS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또한 영어권에 한강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이예원('희랍어 시간' 공동 번역)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의 거대한 승리"라고 전했다.

뛰어난 번역가는 해당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그에 준하는 소명의식을 지닌 동반자로 불린다. 그래서 맨부커상의 경우 작가는 물론 번역가에게도 상을 준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영미권에 소개한 데보라 스미스 역시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을 탔다.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는 지난 2004년 발표됐다. 하지만 해외에는 맨부커상을 받기 불과 1년여 전인 2015년 1월에 소개됐다. 이처럼 한강과 스미스의 인연은 동반자로서 작가와 번역가의 관계를 새삼 일깨우는 일화다.

스미스는 영국 중부 소도시 동커스터 출신으로 지난 2009년 케임브리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번역가의 길을 걷기로 한 그는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 격인 한국 문학에 관심을 두고 한국어를 독학했다. 한국 문화 전반을 이해하고자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도 밟았다.

다양한 한국 문학을 접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한 그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 데보라에서 '보라'를, 대장장이라는 어원을 지닌 스미스에서 김(金)을 가져와 김보라다.

그렇게 한국에 대해 깊이 알아가던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접했고, 한강의 문체에 매료됐다. 그는 이 작품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낱말 하나하나 사전에서 찾아가면서 한강의 문체를 살리고자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에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스미스가 번역한 한강 작품은 한국어 맛을 제대로 살린 영어 번역본의 모범으로 회자되기에 이른다. 스미스는 한강 작품 외에도 배수아 작품 '에세이스트의 책상' '서울의 낮은 언덕들', 황정은 작품 '백의 그림자' 등을 영어로 번역해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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