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kt의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이 열린 11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은 자못 긴장한 표정이었다.
kt는 정규 리그 5위로 가을 야구 막차를 타면서 사실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포스트 시즌에 나섰다. 그런데 4위 두산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2015년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의 업셋은 최초다.
여기에 kt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룬 디펜딩 챔피언 LG까지 괴롭히고 있다. 3위 LG는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1패 뒤 2승을 거두고 PO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9일 4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 감독은 우승에 도전하는 LG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감은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이 감독은 "부담감은 적은데 여기까지 왔으니 이기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면서 "벼랑 끝 승부"라고 의지를 보였다.
kt는 지면 끝장인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를 비롯해 벼랑에 몰린 준PO 4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SSG와 피를 말리는 5위 경쟁에서도 정규 리그 막판 3연승을 달렸고,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도 이겼다.
지칠 법도 하지만 kt는 질 마음이 없다. 역대 5판 3승제로 진행된 준PO에서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에서 이긴 팀은 6번 모두 PO에 진출했다. kt로서는 0%의 확률을 뚫어야 하지만 도전할 태세다.
이 감독은 마무리 박영현의 이날 예상 투구수를 묻자 "이길 때까지 던져야죠"라고 강조했다. 박영현은 9일 4차전에서 3⅓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뿌리며 퍼펙트로 막아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5차전인 만큼 불펜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 감독은 "웨스 벤자민, 고영표, 박영현, 손동현, 소형준까지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영현은 가장 마지막 투수"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좌타 거포 오재일을 우타자 문상철 대신 선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 감독은 "오더를 바꿀 때마다 제일 무서운 질문"이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냥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 감독은 "오재일이 LG의 불펜 투수들과 잘 맞지 않는다"면서 "다만 LG 선발 임찬규가 변화구 쪽으니까 선발로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손주영이 등판하면 바꾸려고 생각한다"면서 "방금 답변이 생각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이 감독은 다른 질문들이 나오기 전에 "끝나고 많은 얘기 나누시죠"라며 다소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과연 kt의 마법이 PO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