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법정 싸움…헌재 결정의 나비 효과[기후로운 경제생활]

■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창민 변호사(플랜1.5),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 홍종호> 지난 8월 29일, 그러니까 한 달 좀 더 됐죠.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현 기후위기 정책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에 소송을 제기한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저희 '기후로운 경제생활'에서도 소개해 드렸었는데요. 유럽에서는 이런 기후소송이 국가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 심지어는 은행을 겨냥해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후소송을 승소로 이끌어낸 변호인들을 직접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소년기후소송 담당한 플랜 1.5의 최창민 변호사님, 아기기후소송 담당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창민, 김영희> 안녕하세요.

◆ 홍종호> 일단 승소를 축하드립니다. 뒤풀이는 좀 하셨나요?

◇ 최창민> 저희는 청구인단인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초대해서 잔치국수 끓여주시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되새기고 그랬습니다.

◇ 김영희> 재판 과정에서 도워주셨던 전문가 분들이 계셨어요. 전문가 진술도 하시고 의견서도 내주신 분도 계시고 해서 모시고 밥 한번 같이 먹었습니다.

◆ 홍종호> 좋습니다. 사실 법률적인 내용이 쉽지 않잖아요. 이번 헌재 결정, 한번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세요.

◇ 최창민> 일단 기후위기가 국민의 기본권,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인정됐고요. 이런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 중에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있다, 이 점이 인정된 것입니다. 이 기본권 보호 조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일 텐데요. 지금 2031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의 중간 감축 목표가 없는 게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것이고요.


헌재는 감축 목표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니까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 최소 조건으로 감축 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하고, 구체적인 목표치는 전지구적 감축 노력의 공정 배분을 고려해야 하고, 감축 경로 그러니까 감축 목표의 그림을 그릴 때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까지 제시했습니다.

◆ 홍종호> 청소년, 아동의 미래의 생존권 환경권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해야 된다 이런 게 판결에 들어간 거죠.

◇ 최창민> 예 맞습니다.

◆ 홍종호> 두 분은 어떤 계기로 기후소송을 맡게 되셨습니까?

◇ 김영희> 환경 소송을 계속 했습니다. 홍종호 교수님하고도 과거에 4대강 소송 같이 했죠. 이전부터 새만금 소송, 또 국내 원전 소송 거의 대부분을 수행했고요. 이 기후 문제도 너무 큰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 최창민> 저희 같은 경우에는 사실 청소년 분들이 먼저 찾아주신 거예요. 2018년에 당시 폭염이 상당했잖아요. 45분이 돌아가시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청소년분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기후 대응 정책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고 싶어 변호사를 찾아다니십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청소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전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먼저 이런 활동을 했어요.

◆ 홍종호> 아니 그러니까 실제로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변호사님들을 찾아온 거예요?

◇ 최창민> 그렇죠. 실제로 저희한테 오기 전에 다른 여러 변호사님도 만났는데 이런 소송은 사실은 이기기 너무 어렵다라는 의견을 듣다가 저희한테 온 거예요. 저희는 이런 기후 대응 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단체다 보니 청소년분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죠.

◆ 홍종호> 그렇군요. 이게 청소년 기후소송이 제일 먼저 제기됐고 2020년에 그 뒤에 시민기후소송, 2021년 또 아기기후소송, 이런 게 청구되면서 총 4건이 병합되고 올해 비로소 이런 판결이 내려진 건데 병합된 이후에는 변론을 다 같이 모여서 하셨나요? 몇 분이나 참여하셨습니까?


◇ 김영희> 7명의 변호사가 같이 했고요. 공개 변론이 결정이 된 올해 2월 중순 이후부터는 거의 매주 한 번씩 또는 어떤 경우는 두 번 정도 모여가지고 정말 회의를 많이 하고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중요한 사건을 꼭 이겨야 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 홍종호> 헌재에서의 심리는 얼마나 자주 열리나요?

◇ 김영희> 원래 공개변론은 거의 열리지 않고요. 공개변론이 열리는 비율이 전체 사건의 0.6%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기후소송은 헌재가 중요성을 인정해서 두 번이나 공개 변론을 하게 해줬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 홍종호> 중요한 사건만 공개 변론을 하는 거군요.

◇ 김영희> 그것도 두 번이나 한 거죠.

◆ 홍종호> 변론에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이나 전략 있었나요?

◇ 최창민> 일단은 기후 과학적인 측면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피해를 입증하고자 했고요. 또 이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의 어떤 노력, 기후 협약의 측면에서 얘기를 해봤습니다. 그게 우리나라의 법적 의무가 되니까요. 그리고 전 세계 여러 주요 기후소송에서 확립된 이런 흐름들, 사법적 심사에서 나왔던 논리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우리 헌재도 기본권 보호 의무를 우리 국가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요소로서 충분히 심사하셔야 된다 라는 주장을 했어요.

◆ 홍종호> 저도 사실 과거에 이런 어떤 사안에 대해서 증인으로 한번 법정에 가본 적이 있는데요. 판사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를 보면서 뭔가 우리 쪽이 좀 유리한 것 같다, 좀 불리한 것 같다 이런 게 느껴지는 게 있는데 혹시 진행하면서 그런 걸 좀 느끼셨나요?

◇ 최창민> 사실 너무 느꼈고요. 아까 김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통상 공개 변론이 열리지 않습니다. 근데 저희 같은 경우 1차 변론기일에는 9명의 재판관 한 분 한 분이 다 질문을 하셨어요. 통상적으로는 주심 재판관 한 분이 질문하시거든요. 이 사건에 대한 관심도 느낄 수 있었고 각 재판관님들의 기본적인 어떤 생각 같은 게 읽히기도 했죠.

2차 변론기일로 가면서는 그 사이에 아마 재판관들이 어떤 회의 작업을 거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위헌적인 그런 취지의 질문들이 질문 되는 것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조금 긍정적인 예상을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 김영희> 저희가 변론 준비할 때 각자 쟁점을 맡아서 했는데 저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충분히 높여도 한국이 에너지 전환을 통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고 그것이 산업적으로 부담이 안 된다는 측면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 썼습니다.

◆ 홍종호> 정부를 대리한 변호사들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 자리에 서로 좀 어떤 공방이랄까 이런 게 좀 있었나요?

◇ 김영희> 좀 많았고요. 기분 나쁜 적도 있었어요.

◆ 홍종호> 한두 가지 말씀해주신다면요.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 이게 저희 소송의 큰 쟁점인데 이 부분을 가지고 저희 보고 미래 세대와 현대 세대를 갈라치기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분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홍종호> 진행하면서 이거는 정말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혹은 좀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다, 이런 것은요?

◇ 최창민> 이 부분에서는 저희 참고인으로 나와주셨던 교수님들이 참 잘해주셨어요. 1차 변론기일에서는 기후 과학 분야에 대한 참고인이 양측에서 나왔고 2차 변론 기일에서는 기후 협약 쪽에서 참고인이 나왔는데요. 저희는 1차에서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2차에서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덕영 교수가 나와주셨는데 현장에서 헌재 재판관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에도 잘 대답을 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 홍종호> 정부 측에서도 논거를 좀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나오는군요. 그럼 서로 아는 분들일 것 같은데요.

◇ 최창민> 사실은 저희가 기후 활동하면서 자주 자문 구하고 했던 분들이 정부 측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기후 과학 쪽으로는 정부 측에서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안영환 교수님, 기후 협약 같은 경우에는 유현철 대사님이 나오셨는데 사실 아까 말씀드렸던 저희 쪽의 박덕영 교수님이랑 정부 측의 유현철 대사님이 <파리 협정의 이해>라는 책을 공저하셨어요. 그만큼 이 사건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김영희> 근데 그 안영환 교수님께서 정부 측 증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가 기후 무역 규제 강화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저희 변론에 대해서 맞다고 양심적으로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굉장히 도움됐고 인상 깊었습니다.

◆ 홍종호> 이번 결과에 아쉬움도 있으실 것 같아요. 사실 이번 헌재 위헌 판단의 핵심은 2050년까지의 계획이 없다는 것이고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라는 정부의 구체적인 2030년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위헌이 아니다, 이렇게 본 것 아닙니까? 유럽 사례보다는 좀 소극적인 판단이라는 평가도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변호사님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 김영희> 말씀하신 대로 헌재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는데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의 경우 사실 위헌이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한 명이 모자랐어요.

◆ 홍종호> 4 대 5였군요.


◇ 김영희> 네. 5명이 위헌 의견이었거든요. 정부에 굉장히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2030년 목표에 대해서도 헌재가 이게 최선이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비판적이었어요.

◆ 홍종호> 최선은 아니다.

◇ 김영희> 네. 헌재에서도 이게 좋은 거는 아니라는 식의 판단이 들어갔고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일도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의 목표에 대해서 합헌 결정이 났지만 판결 이후 국회가 즉각 65%로 상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헌재 결정은 상향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부분이 있고요.

독일 사례를 제일 많이 비교하는데 독일 같은 경우에는 기후위기 대응이 기본권 보호 의무, 즉 국가의 보호 의무라는 건 인정했지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 라고 까지는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결정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목표가 없는 것이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이 되고, 또 나아가서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했습니다. 독일은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봤고요.

독일은 미래 세대에 대한 세대 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식의 조금 특이한 판결을 했는데 그 이유는 독일은 환경권이 기본권으로 규정이 안 돼 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까지 그런데요. 우리나라는 정확하게 기후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 홍종호> 그리고 환경권은 기본권의 일부다, 이런 얘기죠.

◇ 김영희> 네. 환경권이 우리나라 헌법 35조에 명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기후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환경권을 침해한다라고 판결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49년까지 탄소 배출을 계속 줄여가야 되잖아요. 이거에 대해서 헌재가 굉장히 구속력 있는 결정을 했습니다. 단순히 목표를 세우라는 것뿐만 아니고 시간적 간격을 둬서, 그러니까 5년 단위로 예를 들자면 확실하게 45% 50% 65% 이런 식으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정량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이걸 그냥 막연히 선언적으로 하지 말고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를 두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최 변호사님, 그러면 좀 더 덧붙이실 게 있을까요? 왜냐하면 언론의 보도나 평가를 보면 우리 헌재의 판결은 독일의 판결보다는 조금 소극적이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김 변호사님은 오히려 좀 더 나아간 면도 있다 이런 얘기를 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 최창민>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것 같습니다. 헌재가 감축 목표가 갖춰야 할 대원칙을 제시했어요. 그게 바로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전지구적 감축 노력의 공정 배분'인데요. '전 지구적 감축 노력의 공정 배분'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2030년 감축 목표를 위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독일 헌재 결정은 물론이고 그전에 네덜란드 대법원 결정이나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에서는 이 전지구적 감축 노력을 국가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에 대해서 파리 협정 같은 국제법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도출한 걸 가지고 국회랑 정부가 해야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좀 더 판단을 했어요. 우리 헌재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죠.


◇ 김영희> 40% 감축목표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으면 저희는 가장 행복했을 거예요.

◆ 홍종호> 그렇죠. 그게 가장 적극적인 차원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어요.

◇ 김영희> 예. 근데 헌법재판소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논리 전개를 했냐면요. 전 지구적 탄소 예산이라는 거는 IPCC 보고서에 나와 있고 계산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우리나라가 그중에 얼마나 탄소를 줄여야 되느냐 하는 계산은 어쨌든 정해진 국제적 합의나 심지어 국내에서도 공인된 절차가 없다, 이걸 이유로 들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독일 환경자문위원회라고 해서 그 위원회가 인구 기준으로 배분을 계산한 걸 가지고 국가별 탄소 예산을 인정했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계산에 관한 어떤 공적인 절차가 없다는 걸 제가 봤을 때는 핑계로 삼아서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입법적으로는 우리나라에 기여해야 될 몫에 대해서 어쨌든 규정이나 절차가 있어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 헌법 불일치 결정에 따라서 법을 바꾸고 해야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됩니까? 기한이 있나요? 국회에서 언제까지 만들어라 법을 개정해라 이런 게 지금 나와 있습니까?

◇ 최창민> 기한은 일단 2026년 2월까지입니다.

◆ 홍종호> 그러면 1년 반 정도 남은 거네요. 국회에서 토론회도 하고 하나요?

◇ 최창민> 저희 플랜 1.5에서도 국회에서 토론회를 얼마전에 진행했고요. 국회 여야 의원들이 다 오셨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법도 개정해야 되지만 이 중간 감축 목표 중에 가장 먼저 2035년 감축 목표를 정부가 내년까지 수립을 해서 UN에 제출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르면 이걸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이 얘기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 지구적 감축 노력의 공정 배분'이 중요한데 우리 헌재는 이게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은 없다라고 한 겁니다. 근데 파리 협정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잖아요. 그래서 이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겁니다. 공정한 배분에 대한 원칙은 이미 IPCC를 비롯한 선행 연구들이 제시했고 이걸 바탕으로 해서 영국, 독일, EU 등이 공정 배분을 고려한 감축 목표를 이미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법론을 우리한테 적용하면 얼마가 도출될지 저희가 한번 계산을 해본 것이고요.

◆ 홍종호> 그런 걸 국회 토론회 때 발표했군요.

◇ 최창민> 네. 저희 계산으로는 2035년 감축 목표는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66.7%는 돼야 한다.

◆ 홍종호> 알겠습니다. 최근에 보면 기후 분야에서 변호사님들의 관련 활약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김영희> 아무래도 기후 운동은 기후정의행진도 있고 캠페인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데 법이나 제도를 바꾸는 것은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저희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무기인 소송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적극적인 건가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적극적인 건가요? 아니면 변호사님들이 원래 능력이 있으신 건가요?

◇ 김영희> 당사자들이 기후위기를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은 재판 과정에서 울기도 했어요. 또 제가 아기기후소송을 해보면 5살, 6살, 7살만 돼도 요즘은 기후 문제를 유치원에서도 배우기 때문에 나는 어른들이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이걸 너무 굉장히 강조해요.

◆ 홍종호> 제가 순간 감동을 받네요. 기후소송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늘고 있습니까?

◇ 최창민> 전 세계적으로 지금 상당히 많이 늘고 있고 특히 2015년 파리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거의 지금 매년 한 250건 정도가 제기가 되고 있어요.

◆ 홍종호> 어마어마한 규모네요.


◇ 김영희> 영국 그레드엄 연구소에서 파악한 통계에 의하면 2023년까지 전 세계 기후소송은 2666건이고요. 이 중에 기업 상대 기후소송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 것이 233건으로 전체 기후소송 중에서 8.8%입니다.

◆ 홍종호> 10% 가까이 된다는 얘기네요.

◇ 김영희> 네. 그중에서 140건이 그린워싱에 관련된 소송이고요. 30건이 탄소 배출로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직접 기업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묻는 소송이에요.

◆ 홍종호> 그 말씀은 처음에는 주로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이런 소송이었는데 점점 소송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기업, 금융권까지. 이렇게 좀 해석해도 되는 건가요?

◇ 최창민> 예 맞습니다. 정확한 분석이에요.

◆ 홍종호> 저희 방송에서도 네덜란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에서 메이저 석유회사 쉘을 상대로 승소한 얘기를 한번 다뤘어요. 그리고 ING, 지금 네덜란드 제일 최대 은행이잖아요. 여기를 상대로도 소송한다 이런 얘기도 들리는데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해외에서는 그런 것까지 한단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좀 더 알려주시겠어요?

◇ 김영희> 제가 사실 쉘 1심 판결을 보고 너무 감동 받았었어요. 왜냐하면 쉘 그룹 전체의 탄소 배출을 스코프3,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석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까지 모두 포함해서 45%나 감축하라고 직접적으로 명령 내린 판결이에요. 쉘 그룹 전체가 배출하는 탄소는 네덜란드 한 나라가 배출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는 거의 전율이 일었고요. 그래서 나도 저런 소송을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사실은 제1차 탄기본 헌법 소원을 내게 된 계기가 된 소송이기도 했는데요.

최근 사례 좀 더 말씀 드리면 2023년 6월에 미국의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라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엑손모빌이라든가 쉘이라든가 이런 주요 석유 기업을 상대로 500억 달러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어요.

◆ 홍종호> 어떤 피해인가요?

◇ 김영희> 여기가 그전 해인 2021년에 열돔 현상으로 폭염 때문에 주민들이 69명이나 사망을 했습니다. 이런 피해가 난 것은 이 석유 회사들이 무분별하게 뻔히 기후위기를 일으킬 걸 알면서도 배출을 했기 때문이다.

◆ 홍종호> 석유를 시추하고 판매한 행위.

◇ 김영희> 이 과정에서 소송을 500억 달러(약 67조 5천억 원)나 냈고요. 작년에는 캘리포니아 주가 또 마찬가지로 BP라든가 쉘 같은 5대 정유사를 상대로 수십 년 동안 가짜 기후위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런 석유 회사들 때문에 캘리포니아가 가뭄이 나고 폭풍이 있고 폭염이 났다 이런 식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요.

◆ 홍종호> 캘리포니아 주 차원에서 아예 엑손모빌 상대로 검찰총장이 나서서 소송했죠.

◇ 김영희> 우리도 서울시가 한다든지 이러면 좋은데 서울시장이 그럴 생각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델타항공도 '우리는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항공사'라고 광고했는데 이건 거짓말이라고 어떤 캘리포니아 시민이 기후소송을 냈고요.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일본국제협력단(JICA)이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예를 들어 코이카 같은 거예요. 여기를 기후 NGO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고발했는데 무슨 혐의냐면은 일본국제협력단이 발행한 녹색 채권이 있는데 이 녹색 채권 자금 규모가 5억 8천만 달러(약 7800억 원)입니다. 근데 이 돈으로 석유 방글라데시에 있는 석탄발전소에 대해서 대출을 해줬다. 이 일본국제협력단은 처음에 녹색 채권을 발행할 때 우리는 석탄발전소에 자금을 안 준다라고 약속을 했다.

◆ 홍종호>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네요.

◇ 최창민> 이게 지금 우리 헌재 결정이 난 상황과 맥락이 연결되는 건데요. 네덜란드에서도 먼저 국가 감축 목표가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기후위기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라는 것들이 다 대법원에서 먼저 인정이 됐죠. 우리 헌재에서 한 것처럼요. 이 결정을 바탕으로 사실은 같은 변호인단들이 쉘에 대해서도 기후소송을 제기한 거고 ING로도 이어진 것이거든요.

◆ 홍종호> 같은 변호사들이에요? 완전히 꽂힌 분들이군요.


◇ 최창민> 네. 로자 콕스(Roger Cox) 등의 지구의 벗 밀리우디펜시(Milieudefensie)라고 하는 데인데요. 파리 협정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한 전지구적 감축 경로가 있습니다. 2019년 대비해서 2030년까지 43% 감축해라. 이거를 ING은행 너네도 해라, 라는 겁니다.

◆ 홍종호> 그런 게 소송 건이 되나요?

◇ 최창민> 그러니까 그게 획기적이었던 게, 사실은 쉘에 대해서 네덜란드 가장 초심 법원이긴 하지만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 감축해라' 이것도 바로 이런 파리 협정에 따른 그런 감축 의무가 기업에도 있다고 인정을 한 것이거든요. 그 결정을 가지고서 ING까지 가는 거고요.

◆ 홍종호> ING는 사실은 직접 배출하는 게 아니고 자기가 대출을 해주는 거 아니에요? 투자를 하거나.

◇ 최창민> 그래서 두 파트입니다. 그러니까 직접 배출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이런 43% 감축을 하라고 한 것이고, 대출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화석 연료 같은 대출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줄여라라는 거를 요구를 한 것이죠. 그래서 ING가 실제로 이런 내용을 받아들여서 얼마 전에 '우리 그렇게 이런 화석연료 같은 데 투자 안 하겠다'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거고요.

◆ 홍종호> 결국 이런 게 이른바 금융 배출량, 그러니까 내가 돈을 대출을 하고 투자했을 때 그 대상이 배출하는 배출량에 대해서도 은행의 책임을 묻겠다 그런 거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고요.

◇ 최창민> 정확히 그런 것입니다.

◆ 홍종호> 이런 게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요?

◇ 김영희> 도전하고 싶은 소송이죠. 우리나라도 파리 협약에 가입돼 있고 조약은 국내에서 법률과 같은 위치에 있긴 한데 네덜란드처럼 직접적으로 개인이나 어떤 기업이 이걸 이행할 의무가 있는지는 검토할 여지는 있지만 앞으로는 여력이 있으면 좀 더 그런 소송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한국도 최근에 그린워싱이 우리 일반 국민들께서 많이 아시는 용어가 됐죠. 채권 발행해서 녹색에 쓰겠다고 했는데 안 쓰고 이런 것들 언론도 계속 나오잖아요. 어떻습니까? 이런 거 좀 소송을 통해서 좀 정신 차리게 해야 되겠다 또는 정부의 어떤 한국은행도 요새 기후금융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 하더라고요.
이런 흐름들 좀 한국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말씀을 해 주신다면

◇ 최창민> 일단 그린워싱을 단속하는 정부기관이 두 군데가 있습니다. 공정위가 있고 환경부가 있는데요. 둘 다 작년에 공통적으로 그린워싱 심사를 강화하겠다면서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 올해 그런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포스코에 대해서 그린워싱 문제 제기가 있었고 시정 조치가 나왔죠.

그래서 앞으로 이런 것들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아까 김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 대상으로 하는 소송 중에 한 반 정도는 그린워싱 소송이고요. 이 그린워싱 소송이 승소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70% 가까이 됩니다.

◆ 홍종호> 아 그래요?

◇ 최창민> 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런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많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요.


◆ 홍종호> 국민연금은 어때요? 잘하고 있는 겁니까?

◇ 최창민> 사실은 이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이사장을 상대로 여러 환경단체가 같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 지 딱 1천일째 되는 날 소송을 제기한 거예요.

◇ 최창민> 상징적으로 1인당 2050년 탄소 중립 목표가 있으니까 1인당 250만을 배상을 해라라는 취지의 소송입니다.

◆ 홍종호> 말씀 듣고 보니까 변호사라는 직업이 참 다이내믹하고 특히 기후 문제처럼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과 열정을 좀 구체화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지막으로 소송 전 과정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거 한나씩 말씀하신다면요.

◇ 최창민>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사실은 미래 세대에 대한 그런 고민이 헌재 결정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게 참 감명 깊은 부분이었어요. 결정문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될 책임이 국회와 정부에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현재) 감축 목표는 기본적으로 현재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후위기라는 상황 앞에서 우리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고려했을 때 우리 앞으로의 감축 목표는 가장 의욕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된다라는 문장이 결정문에 그대로 들어 있거든요.

◇ 김영희> 저희가 공개 변론이라도 당사자가 직접 진술하는 일은 드문데 굉장히 또 이례적으로 아기기후소송, 청소년기후소송 또 시민기후소송의 대표 당사자가 1명씩 공개 진술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아기기후소송에 한재아 어린이가 있는데 한재아 어린이가 공개 진술을 하면서 '재판관님들은 비행기 탈 때 죄의식을 느껴본 적이 있냐. 학교에서 환경 수업을 해본 적이 있냐.' 그렇게 정말 아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을 하면서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는데 그때 정말 감동이 깊었습니다.

◆ 홍종호> 아주 마지막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창민 변호사, 김영희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창민, 김영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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