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 사로잡혀 돌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조카를 살해한 고모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도정원)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아온 A씨는 지난해 조카 B군이 태어나자 가족들과 병원에서 B군을 괴롭고 아프게 할 것이라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A씨는 B군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게 자신이 직접 살해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지난 5월 어버이날 흉기를 가방에 몰래 챙긴 뒤 모친과 함께 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범행 전 가족들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했고 B군을 창문 밖으로 던지기로 마음을 선회했다.
모친이 B군을 돌보고 나머지 가족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A씨는 '아이를 안아 보고 싶다'며 B군을 안았다.
모친이 잠시 방에서 나간 틈에 A씨는 창문을 열고 24층 높이에서 B군을 던졌다.
A씨는 B군에게 심폐소생술이 행해지자 이를 말리기도 했다. 결국 B군은 생후 11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재판부는 "반인륜적인 범행으로서 방어 능력이 전혀 없었던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피해자의 부모는 평생 아물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가족들 역시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해부터 임의로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A씨가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음을 인정했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재범위험성 종합 평가 결과 중간 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폭력성이 발현된 것은 아닌 점, 징역형의 선고와 보호관찰 명령,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만으로도 재범 방지와 성행 교정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까지 부과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