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노벨상이다.
지난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 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거머쥐며 대표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한강의 대표작으로는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꼽힌다.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뤘다. 한강은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아버지가 구해 온 사진첩을 통해 5·18의 진실을 처음으로 접했다. 사진첩에서 잔혹한 진실을 목격한 소녀의 내면에는 그날의 참상이 자리잡았다.
소설가가 된 한강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그날의 아픈 상처에 대해 쓰기로 했다. 소설을 쓰는 내내 밀려오는 밀도 높은 감정들로 하루에 세 줄 이상은 쓰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벌을 받는 기분으로 써 내려간 소설 '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1년 반에 걸쳐 완성됐다.
그렇게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를 경험한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남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을 돕는 선주와 은숙, 끔찍한 고문의 기억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간 진수,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목도한 중학생 동호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기존 영화나 소설의 경우 고발성이 강했다면 이 소설은 그 시절을 살아낸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에 가깝다. 한강은 "여름을 건너지 못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코 피할 수 없으니 정면승부…그 과정이 너무 아름답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를 다룬 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소설 속 영혜는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이들 3편의 소설은 영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1부 '채식주의자),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2부 '몽고반점'),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3부 '나무 불꽃')가 그 주인공이다.
책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한강이 발표해 온 작품 속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집약시킨 완결판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한강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에 앞서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첫 맨부커상을 품에 안았다. 영미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맨부커상 수상 당시 문학평론가 최원식은 "한강의 작품을 예전에 더러 읽을 때는 일종의 모더니스트로만 다가왔는데, '소년이 온다'는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결정적인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문학의 주류는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에게는 비둘기처럼, 정의롭지 못한 강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문학'으로 표현되는 강한 사회성을 품었는데, 뛰어난 작가들은 문학을 통해 사회성과 예술성을 통일시켜 왔다"며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 피해가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어 정면승부를 건다. (작가로서 성장하는) 그 과정이 너무 아름답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