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②]
9월 첫 개강한 순천생태학교…목회자·성도 60여 명 참가
기독교적·전문가적 관점 강의 '다채'…생태탐방 인기
청소년·어린이 대상 프로그램까지 확대할 것

9월 5일 순천생태학교 첫 강의 모습. 순천생태학교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계속)

"기후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생태적 응답을 미룰 수 없습니다. 지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며, 신음하는 피조물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요? 말과 혀가 아닌 행함과 진실함으로 생태적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요?"
 

가을 초입임에도 낮 기온 33도를 가리키며 '가을 폭염'을 실감나게 한 지난달 5일.

전남 순천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위한 '교육의 장'이 펼쳐졌다.
 
신앙적 관점에서 생태적 책임과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을 돌보는 청지기적 책임을 감당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순천생태학교'가 문을 연 것이다.
 
지난달 5일 전남CBS 사옥 8층 빛과 소금홀에서 첫 강의가 진행됐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전 사무총장이자 한국교회 환경연구소 은총의숲을 담당하는 이진형 목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을 주제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생태적 회심을 이루고 창조세계를 보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강의에 나선 박성훈 순천대 환경공학과 교수는는 '신음하는 피조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란 주제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기후위기와 기후정의, 기후정책과 기후정치에 대해 전문가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다.

문재화 목사(서로사랑하는 교회)는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교회와 목회'를 주제로 세 번째 강의에 나서, "기후위기라는 시대적인 물음에 그리스도인은 어떤 형태로든지 반응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요청에 적절하게 응답하고 있는가, 교회가 시대적인 요청에 우선적으로 응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강의는 최광선 목사(덕신교회·생태학교 디렉터)가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생태영성'을 주제로 강의에 나서 하나님과 세상,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인식을 전환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생태학교는 지난 8일 청주 쌍샘자연교회 생태탐방을 끝으로 종강했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생태학교 참석자들 모습. 박사라 기자

순천생태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순천남노회 훈련원운영위원회·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한 가운데 목회자, 성도, 일반시민 등 총 60여 명이 참가했다. 학교 운영 취지에 맞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개인 텀블러 사용은 물론 뻥튀기 접시에 간식을 담는 이색적인 방법들로 환경보호 실천에 앞장섰다.
 
생태학교에 참가한 김지숙 YWCA 부회장은 "기독 여성단체인 YWCA에서 환경살림위원회를 이끌고 있다"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겠다는 윤동주님의 시에서 보여지는 생태감수성이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 이라고 생각한다. 들에 핀 작은꽃 한송이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감동할 수 있는 마음, 신앙을 삶 속에서 실천해내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에 대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주연(52)씨는 "기후위기에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응답을 해야 되는지 평상시에 고민이 많았는데 생태학교를 통해서 다양한 영감을 받았다"며 "교회에서 소속된 자연사랑 봉사팀에서 이번에 배운 내용들을 풀어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서경수(50)씨는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갈 지구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강의를 듣게 됐다"며 "순천지역사회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내년에는 강의와 생태탐방 프로그램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환경을 생각한 뻥튀기 접시와 간식은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순천생태학교 제공

순천생태학교는 생태, 정의, 평화, 문화로 가치를 정하고 출발했다.
 
교회는 녹색교회, 생태적 신앙, 생명의 길 초록발자국을 실천하고, 순천시는 생태적 도시전환, 기후정의 조례제정 및 기후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 순천시민은 생태문명, 탄소중립실천, 기후정의 정치인을 지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생태학교 교장 장철근 목사(금당동부교회)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보전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총회와 노회에서 생태위원회를 만들고 생태환경에 관심이 있는 도시에서 이런 귀한 일을 시작하게 돼 보람 있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데 교회가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운동들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주 쌍샘교회 생태탐방에서 백영기 목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사라 기자

생태학교는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기관으로도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높이며 주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태학교 운영진은 목사, 사모, 전도사를 대상으로 한 '생태목회'와 모든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생태위기 시대의 교회의 역할', 청소년·유치부 자녀를 위한 생태학교도 구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체계적인 생태학교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태학교 디렉터 최광선 목사는 "예수님은 길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펼쳐 보이시며 길이 되셨다. 생태학교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걷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걷는 여정에 비유할 수 있다"며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길을 걸었던 믿음의 선배들이 있었던 것처럼 기후위기 시대, 순천생태학교는 여럿이 함께 걷는 새로운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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