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삼성 측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는 등 삼성의 반도체 사업 부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시장 전망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해 삼성과 대비를 이뤘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7~9월) 236억 2200만 달러(약 31조 86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33억 3천만 달러(약 31조 4721억원)를 웃도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173억 달러)와 비교해서도 36.5% 급증한 수치다. TSMC는 지난 7월 실적 발표 당시 올해 3분기 매출을 224억~232억 달러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실적을 두고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AI 관련 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생성형 AI(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구현에 필수인 첨단 반도체를 주문 생산하는 TSMC는 전세계적인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역시 AI 열풍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올라선 엔디비아를 비롯해 AMD·브로드컴 등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앞다퉈 TSMC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며 TSMC는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대만 가오슝 난쯔 과학단지에만 모두 5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찰스 슘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올해 AI 반도체 열풍이 여전히 TSMC의 생산능력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공급을 압도하는 수요로 인해 TSMC는 2020년 이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9일 현재 뉴욕증시에서 TSMC의 시가총액은 9705억달러를 기록하며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디비아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시총 1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한편,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의 유일한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84% 줄어든 9조 1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비해서도 15.5% 낮은 수치다.
삼성이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수익률 악화는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과 파운드리에서 대규모 적자가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삼성이 파운드리에서만 수조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DS사업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고객,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파운드리 부문 전세계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TSMC가 59%, 삼성은 10%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그 격차가 더 벌어져 TSMC의 점유율은 62%로 늘어나고, 삼성전자은 10%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