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누가 먼저 알았고, 소개를 시켜줬느냐를 두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등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폭탄 돌리기' 모양새다.
김종인 "과거 尹, 김건희 여사 만난 자리에 명태균 있었다"
9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소개로 명태균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앞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이 의원을 말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그들을 자택에서 만난 것은 먼저 그쪽에서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이 의원은 명씨에 대해 '자기 측 사람'이 아닌 '대통령 측 사람'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명태균이 과연 누구의 권위에 기대어 여러 일을 하려고 했겠느냐"며 "2022년 7월 쫓겨난 이준석 권위에 기댈 만한 여지가 있었느냐, 아니면 그 이후에도 지속될 대통령 권위이겠느냐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씨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2021년 7월 23일 명씨는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에게 "내일 오전 8시에 윤(석열) 총장님한테 전화드리면 된다. 그동안 마음 상한 부분이 많으니 사과하고, 되도록이면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어보라"며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이준석이 명태균 사장을 윤석열 총장에게 소개했다면서 명태균 사장이 이준석한테 윤석열 총장에게 사과하라고 하나"라며 "이미 제보자 E씨는 김영선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게 명태균 대표를 소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또한 자신이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이미 윤 대통령이 명씨를 알고 있더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명씨가) 얼마나 친한지는 모르겠는데, 윤 대통령이 처음 만날 적에 밥 먹자고 해서 갔더니 거기에 명태균이 있더라. 2021년 7월인가 그렇다"고 말했다.
해당 자리는 자택이 아닌 식당이었고, 김건희 여사도 있었으며 이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명태균이 본인과 대통령의) 메신저를 한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자고 한 것"이라며 "자기네들(윤 대통령 부부)이 먼저 알았고, 가니까 (명씨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실은 김종인이 명태균을 소개해 줬다는 취지로 얘기한다'는 질문에는 "거짓말"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사람들이 변명하느라 헛소리를 하는 건데, 내가 처음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 부인(김건희 여사)이랑 식당에서 만났는데 거기에 명태균이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명씨를 누가 먼저 알았느냐를 두고 윤 대통령, 김 전 위원장, 이 의원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이준석 의원이 데려온 명태균을 (2021년) 7월 초에 처음 본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은 거기서 이준석도, 명태균도 처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건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이 대통령보다 먼저 명태균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 둘에게 명태균을 소개해 주는 입장은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첫 만남에 대해선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인)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고깃집으로 안다. (명씨가) 아크로비스타에 사는 어떤 교수 한 분이랑 같이 코바나컨텐츠를 찾아와서 '김종인 박사를 잘 안다, 고견을 들어보라'고 주선해서 이뤄졌던 것으로 추측한다"며 "당시 여사는 동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태균과 선 긋는 與 인사들…尹·김종인·이준석·오세훈·나경원 '접촉'
피해야 할 불똥이 된 명태균이란 존재에 대해 국민의힘 인사들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국민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치 브로커가 감히 자기에게 어쩌겠냐고 말도 하던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명 씨가 주장하는) 일방적 이야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명 씨 본인이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는 없다"고 경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명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체 이 자가 뭐길래 어디 감히 국민을 협박하냐. 철저히 수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명씨가 '내가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힌다, 내가 들어가면 한 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하며, "단순히 대통령 부부와 검사들에 대한 협박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협박이고 공화국 법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명 씨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여권 정치인들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