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안방마님 박동원은 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KBO 리그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원정 3차전을 앞두고 "우연히 기사를 보고 접했는데, 벤자민이 두산에 약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난 두산전에서 워낙 잘 던졌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3차전 왼손 선발 웨스 벤자민은 LG를 상대로 통산 10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한 천적 중의 천적이다.
하지만 정규시즌 데이터가 반드시 포스트시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날 먼저 점수를 뽑은 팀은 LG였다. 박동원이 선봉에 섰다. 2회초 벤자민의 슬라이더를 노려 선제 솔로홈런을 때렸다.
박동원을 하위 타순에서 5번 자리로 끌어올리고 "수원에 왔으니까 빅 볼을 기대한다"고 했던 염경엽 감독의 계산이 적중했다. 염경엽 감독이 언급한 빅 볼의 의미는 정확히 홈런이다. 작전 구사를 자제하는 의미의 빅 볼이 아니다. 그는 번트도 자주 시도했다.
KT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초반 스코어를 3-2로 뒤집었다. 하지만 LG는 다시 한 번 일어섰다. 이번에도 염경엽 감독의 바람대로 대포 한 방에 경기 흐름이 뒤집혔다.
오스틴 딘은 5회초 1사 1,2루에서 벤자민의 몸쪽 낮은 커터를 잡아당겨 비거리 130m 대형 타구를 외야로 날렸다.
바로 수원에서 열렸던 작년 한국시리즈 3차전을 떠올리게 한 장면이었다. 오스틴은 지난해 KT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회초 벤자민을 상대로 벼락같은 선제 3점 홈런을 때린 바 있다. 당시 3차전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승부였고 9회초 오지환의 역전 3점포를 앞세운 LG가 8-7로 승리하면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벤자민은 5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분명 KT가 기대한 것보다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허용한 안타 6개 중 2개가 홈런이었다. 빅 볼을 기대하고 타순을 조정한 염경엽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이 "잘 던질 때가 됐다"며 기대했던 LG 선발 최원태의 성적표는 2⅔이닝 3실점(2자책)에 그쳤다. 그러나 손주영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경기 중후반 KT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선발투수로 뛰었던 손주영의 불펜 기용은 염경엽 감독이 일찌감치 준비했던 카드다. 작년에 비해 약해진 불펜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 3차전에서 기가 막히게 통했다. 장타를 기대했고 손주영을 믿었던 염경엽 감독의 판단이 절묘하게 적중한 날이었다.
다만 최원태의 성적표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플랜B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99%라고 했던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 6-3에서 등판한 마무리 유영찬이 9회말 배정대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감독이라면 쓰고 싶다. 마음은 굴뚝 같다"면서도 어떻게든 에르난데스의 기용을 참겠다던 염경엽 감독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잡기 위해 그를 기용해야만 했다.
LG는 에르난데스의 호투에 힘입어 6-5로 이겼다. 하지만 에르난데스의 등판이 계획과 어긋났고 마무리 유영찬에 대한 믿음에도 불안감이 생겼다. 그래도 승리의 의미는 컸다. 플레이오프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