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 트윈스 전력의 중심에는 탄탄한 불펜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불펜의 위력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한 염경엽 감독은 고민 끝에 선발 요원인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불펜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르난데스는 완벽했다.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연이어 등판해 총 3⅔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중반 등장해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LG는 1차전에서 1점 차로 졌지만 에르난데스의 호투가 있었기에 막판까지 KT를 압박할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2차전 승리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린 후 "에르난데스는 이틀 동안 쉴 것이다. 그 자리는 손주영이 채운다"고 말했다. 선발 최원태의 다음 투수로 바로 붙이겠다는 계산이다. 최원태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유독 약해지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최원태는 2⅔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LG는 2-2 동점이 된 3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손주영을 등판시켰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에 나선 손주영의 출발은 불안했다. 김상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나 1루 주자 황재균이 런다운에 걸리면서 그대로 이닝이 끝났고 이는 손주영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손주영은 경기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두 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말 1사 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빗맞은 타구였다. 5⅓이닝 동안 볼넷 없이 2피안타 7탈삼진 호투를 펼쳤다.
LG는 시리즈 내내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앞세워 경기 중반 KT 타선의 맥을 끊었다. 3차전은 그 효과를 제대로 본 경기였다. LG는 손주영이 KT를 압도하는 사이 5회초 오스틴 딘의 역전 3점 홈런, 6회초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뽑아 6-3으로 달아났다.
염경엽 감독은 당초 손주영의 투구 이닝을 최대 3이닝 정도로 봤다. 하지만 에이스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준 손주영을 마운드에서 내리는 결정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9회말 마무리 유영찬을 등판시켰다. 손주영의 투구수는 64개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믿었다. 그러나 유영찬은 배정대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고 결국 에르난데스에게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맡겼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2경기와 마찬가지로 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5 승리를 지켰다.
손주영과 에르난데스가 마운드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복잡했던 9회말 상황으로 인해 손주영의 호투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 시 3차전을 잡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다. KT는 LG의 천적 웨스 벤자민을 앞세워 내심 3차전 승리를 기대했지만 손주영 카드 앞에서 꿈이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