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지방에서 신부 오빠가 결혼 지참금(차이리)을 지급하라며 웨딩카를 막아서는 현장을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차이리 문화가 개선되어야 할 구습이라며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일부에서는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국경절 연휴(1일~7일) 기간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한 남성이 꽃단장을 한 웨딩카 위에 올라타 "신부를 데려가려면 18만 8천위안(약 3600만원)을 더 내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확산됐다.
8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 영상은 중국 허난성 화이빈현에서 지난 1일 찍힌 영상으로 웨딩카를 막아선 이는 다름아닌 신부의 오빠였다.
해당 영상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화이빈현 당국은 합동 조사팀을 꾸려 해당 사건을 조사했고, 차이리 지급 문제로 신랑과 신부 가족들이 갈등을 빚은 끝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신랑은 차이리 명목으로 18만 8천위안을 이미 지급했지만, 신부 오빠를 비롯한 가족은 자신들이 아닌 신부 개인 계좌로 차이리를 입금했기 때문에 돈을 다시 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국은 신랑과 신부 가족 간 중재에 나서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3만위안(약 570만원)을 더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난동을 부린 신부 오빠에게는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6일 이번 사건을 놓고 당국이 특별회의를 개최했으며, 낡고 바람직하지 않은 관습을 더욱 개선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규제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신랑이 신부 측에 금품을 제공하는 차이리 문화가 오히려 과거보다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우한대학 조사에 따르면 과거 1~2만위안(190~380만원) 수준이었던 전국 평균 차이리 액수는 최근 몇년새 14만위안(약 267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지난 5월에는 사기 결혼으로 억대의 차이리를 챙긴 20대 여성에 대한 차이리 반환 강제 집행에 나선 법원이 차이리 문화의 병폐를 알리겠다며 강제 집행 과정을 직접 생중계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결혼을 앞둔 한 남성이 신부 측의 고액 차이리 요구에 못이겨 70만위안(약 1억 3천만원) 어치의 '가짜 돈'을 예비 신부에게 줬다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22일에는 건전한 결혼식 문화를 만들겠다며 당국이 직접 주관해 중국 전역에서 5천쌍의 신혼부부가 동시에 결혼식을 치르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단체 결혼식에 참여한 신혼부부들은 결혼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가의 결혼 예물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약을 하기도 했다.
인구통계 전문가 허야푸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혼인율이 감소한 한 가지 이유는 결혼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며 "특히 고액의 차이리 관행은 농촌 지역에서는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