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3월 중환자실 사망자, 전년比 급증…전공의 이탈 여파?

지난해 2~3월 대비 375명 증가…同기간 '빅5'外 상종 중환자 사망률도↑
김윤 의원 "중환자실 의료인력 공백이 원인" 추정…복지장관에 사과 요구도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올 2~3월을 전후해 숨진 중환자실 입원환자가 전년 동(同)기간 대비 4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의사인력 '10명 중 4명' 꼴로 중증·응급진료의 큰 비중을 차지해온 전공의의 공백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현 '비상진료' 체제 아래 한시 인상된 중증환자 관련 수가 정상화와 더불어 전담전문의 확충을 비롯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 2월 기준 중환자실 입원환자 2만 8665명 중 사망자는 3548명으로 전체 대비 12.4%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 중환자실 사망률 11.3%(입원환자 2만 8509명 중 3217명 사망)에 비해 1.1%p 늘어난 수치다. 단순 인원으로 비교해도 331명이 더 많다.
 
올 3월 중환자실 입원치료 중 사망한 환자는 3644명으로 전체 입원자(3만 28명) 중 12.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작년 3월에 숨진 중환자실 환자보다 44명이 늘었고, 사망률도 전년도 같은 기간(11.2%, 3만 2062명 중 3600명 사망)보다 0.9%p 올랐다.
 
앞서 올 1월 중환자실 사망률이 전년도보다 0.7%p 감소한 12.7%(3만 9837명 중 5067명 사망)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단, 이때도 사망자는 지난해 4874명보다 193명 늘었다(입원환자도 3만 6257명→3만 9837명으로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출 자료를 기반으로 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재가공한 자료. 의원실 제공

또 4~5월에는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월별 사망률이 전년 대비 각각 0.1%p씩 다시 떨어졌다. 4월 기준 사망률은 11.1%(2만 9290명 중 3245명 사망), 5월은 11.2%(2만 8863명 중 3240명 사망) 정도다.
 
다만, 올해 2~5월을 통틀어 집계한 중환자실 환자의 사망률은 11.7%(11만 6846명 중 1만 3677명 사망)로 전년도 넉 달 간 집계된 11.3%(12만 3960명 중 1만 3961명 사망)보다 0.4%p 상승했다.
 
지난 2~3월 의료기관 종별 증감추이를 살펴보면,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2월에는 중환자실 사망률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년 대비 1.3%p,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는 1.6%p, 종합병원 0.8%p, 병원급은 4.8%p씩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 사망률이 0.4%p, 빅5 병원 2.2%p, 종합병원은 1.1%p가 올랐고, 병원급은 0.4%p가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올 2월 19~20일을 전후해 대부분이 수련병원을 떠났다. 이후 빅5를 포함한 다수의 대형병원들은 진료량과 수술일정을 대폭 축소·조정하는 등 한동안 상당한 진료 차질을 빚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 사망 증가에는 이러한 의료인력 공백과 맞물려 감염병 유행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 의원은 "중환자실 의료인력이 줄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4~5월에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수용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된 중환자실 수가 정상화를 기반으로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확충 등 인력과 장비, 시설, 운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 제공

앞서 김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첫날이었던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이 같은 통계 등을 들어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이후 사망자가 급증해 올 2~5월 초과사망자는 전년 대비 500여 명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환자들과 가족들을 향해 진심을 다해 사과하실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사과의 말씀은 여러 번 드렸다. 다양한 통계를 말씀하시는데, 응급실 내원환자 중 사망환자는 (오히려)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숫자 하나하나를 갖고 할 말은 많겠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6개월간 진료 공백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적지 않다. 진심을 다해 사과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의료공백이 지속돼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분들에겐 여러 번 사과드렸고, 지금 중요한 건 사과가 아니라 의료공백의 빠른 해소 아니겠나"라며 "최대한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면서 전공의들의 복귀, 전문의 양성을 열심히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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