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불검출이라는데…"주민 콧속에 녹조독소 유전자"

환경단체 낙동강 녹조 현장 조사. 연합뉴스

녹조독소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된다. 공기 중 녹조독소 검출이 없었다는 정부 발표에 맞서 시민단체는 낙동강 유역 주민들 콧속에서 녹조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냈다. 반면 당국은 유전자 검출로 '인체 유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8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낙동강 중하류 권역 주민 10명의 비인두(구강과 비강의 연결 부위 상단)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mcyE)가 검출됐다. 지역주민이 아닌 활동가 1명의 코에서도 유전자가 나왔다.
 
이는 계명대 김동은 교수팀이 지난 8월20일~9월12일 진행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전체 조사 대상은 현지 어민, 농민, 주민 및 낙동강 현장조사 활동가 등 102명이다. 이 가운데 1차로 시료 분석이 끝난 22명의 검사결과가 발표됐다. 이 중 절반인 11명의 체내에서 독소 유전자가 확인된 것이다.
 
환경연합은 "사람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남세균의 인체 유입 증거이자, 국가가 방치한 녹조 문제가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콧속에서 관련 유전자가 검출될 만큼, 녹조독소의 공기 전파가 심각하다는 게 환경연합의 입장이다. 이들은 2022년 낙동강으로부터 1.1km와 3.7km 떨어진 아파트 실내에서도 녹조독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호흡된 녹조독소, 체내서 질병 유발 가능성

이번 조사에서 독소 유전자가 검출된 11명은 낙동강 녹조 창궐시기 재채기(8명), 콧물(6명), 코막힘(5명), 후비루(4명), 후각 이상(1명), 가려움증 등 눈 증상(5명),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4명)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김동은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결과로는 △녹조 에어로졸이 유해 남세균 인체 유입의 중요 경로가 될 수 있고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와 파킨슨병 등 뇌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있다.
 
환경연합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실화한 녹조 재난, 윤석열 정부는 언제까지 부정만 할 것인가"라며 "수돗물, 농수산물, 공기 중에서 모두 녹조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금강, 낙동강 측정 결과 공기 중 녹조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강을 존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오염물질 총량 관리 강화와 함께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독소 유전자 검출, 독소 검출과는 달라

실제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공기 중 조류독소 검출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14일~8월20일 낙동강 19곳과 금강 13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확인한 결과다. 공기 중 녹조독소 검사는 2022년과 지난해에도 실시돼 역시 모두 불검출 결론이 나왔다.
 
시민사회가 상반된 결론을 도출했지만, 환경과학원은 신중론을 폈다. 우선 환경연합이 확인한 것이 녹조독소 자체가 아니라, 독소의 유전자라고 지적한다. 유전자는 세포 중 독소를 생성하는 일부분, 독소는 결과물로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콧속에서 검출됐더라도 공기가 아닌 다른 유입경로를 상정할 수 있다는 반박이다. 강물을 만진 농어민의 손을 통해 신체나 피부를 거쳐 독소 유전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발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독소 자체의 검출이 아니라면 인체유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물에 접촉한 사람들 비강에서 조류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해외 논문에서 확인되는 등 검출물 이동경로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낙동강 등 녹조 발생지역에 대한 녹조독소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국민불안을 해소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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