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이하 현지시간)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수교 75주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이를 통해 경제, 방산, 인프라 산업 등 전방위적 협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38년 간 가동이 중단된 필리핀 원전의 재개 타당성 조사를 우리 한국수력원자력이 맡으면서 동남아시아 원전 시장 진출 '교두보'도 마련했다.
필리핀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두 번째 순방국인 싱가포르에 도착했으며, 8일 로렌스 윙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필리핀, 수교 75년만에 '전략적동반자관계' 수립…원전 협력도
윤 대통령은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수교 75주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1949년 수교 이래 양국이 공식적으로 양자 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상 차원의 공동 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를 통해 양국은 방산, 경제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고, 해양안보도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를 조속히 발효시켜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필리핀의 대형 인프라 사업의 우리 기업 참여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업무협약)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는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 불(1조 3468억 원)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다.
양국의 '원전 협력'은 한수원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바탄(Bataan)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에 관한 MOU'가 체결되면서 시동이 걸렸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으나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으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완공과 운영 계획이 무산됐다. 우리 고리 2호기와 형태가 같으며 621㎿(메가와트) 규모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고효율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동·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양국은 안보 분야와 관련 북한의 핵 개발과 불법적인 러북 군사 협력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한반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尹, 싱가포르와 정상회담…공급망 협력 강화 예상
필리핀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8일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싱가포르 의회에서 개최되는 공식 환영식 참석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국가 원수인 타르만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내년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협력의 패러다임을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시켜 나갈 예정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교역, 투자를 넘어 AI(인공지능), 디지털, 첨단기술 분야로 협력의 수준을 확장해 나가고, 에너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물자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싱가포르는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물류의 요충지로서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라며 "이번 순방에서 에너지를 중심으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최우선 아젠다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 이후 윤 대통령 부부는 로렌스 웡 총리 부부와 '난초 명명식'을 갖고, 친교 오찬을 함께 한다. 난초 명명식은 싱가포르 정부가 새롭게 배양한 난초의 종(種)에 귀빈 또는 귀빈 부부의 이름을 붙여 주는 행사다.
오찬을 마치고 윤 대통령은 전직 총리인 리센룽 선임장관을 접견하고, 양국 관계와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이어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같은 날 저녁에는 윤 대통령 부부는 양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타르만 대통령 주최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