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들이 박민 사장의 연임 시도를 정면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7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KBS 일방적 사장선임 추진 규탄 및 박민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한 목소리로 박민 사장의 연임 시도와 나머지 지원자 3명의 면면을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들을 '부적격자'로 규정하며 "제27대 KBS 사장 지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KBS를 정상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차기 사장의 책임과 과제는 막중하다. 하지만 지원자의 면면을 보면,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부서지고 한숨만 나온다. 현 KBS 붕괴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수신료 분리징수 등을 해결하지 못한 박민 사장에 대해서는 "박민 사장은 취임 11개월 동안 수차례 이 미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럼에도 파렴치하게 사장에 지원한 박민 지원자는 자신을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등판한 구원투수라 칭하며 지난 11개월 간 자신의 노력으로 공영방송이 직면한 급한 불은 껐다고 주장했다"라고 짚었다.
이어 박민 사장이 경영계획서에 '대국민 사과' '불공정 프로그램 폐지' '임명동의제 불인정 등 공정방송 기반 조성' '인력감축·명예퇴직 등 대대적 비용 절감' '신규 채용 보류' '무급 휴직 실시' '미래지향적 조직개편안 확정' '한전과 치밀하고 끈질긴 협상 벌여 수입 결손 최소화' '비효율적 인사·승진 제도 개선 추진' 등을 업적으로 언급한 것을 들어 "하나하나가 구성원들의 숱한 비판을 들은 조치들임에도 자신의 업적인 양 소개해 놓았다"라고 꼬집었다.
제시한 비전 및 목표와 관련해서도 "정작 중요한 경영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이라고는 줄이고, 없애는 것이다. '3년 내 인건비 비중을 30% 이하로 축소' '특별 명퇴(명예퇴직) 및 무급 휴직 연중 시행' 'AM 송중계소 등 보유 실익 없는 자산 매각' 등이 재원 마련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명퇴 등 인력감축과 향후 임금 교섭에서 직원 임금 10% 삼감을 제안해 올해 총 824억원의 인건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노력 언급은 일절 없다"라고 비판했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박장범 지원자에게는 "지난 2월 대통령실 대담에서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 애써 축소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옹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박장범 지원자의 입 에서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방송주간을 맡아왔던 김성진 지원자에게도 "뉴스 편집 전반에 영향을 주는 방송주간이었는데 사실상 현재 KBS 뉴스가 직면하고 있는 신뢰도 추락의 주범"이라고 일침했고, 김영수 지원자에게는 "도대체 왜 지원하셨을까 의문"이라며 "밥상이라 치면 차린 게 없는 수준을 넘어, 밥상에 독을 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인물들 뿐이고 낙제점"이라며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망친 주요 인물들이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목청 높이는 것도 우스울 뿐이다. 이런 인물들로 지금 KBS가 겪고 있는 신뢰와 공정성의 문제, 공적재원인 수신료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또 사장을 선출하는 KBS 이사회를 향해서는 "이토록 자격 없는 인물들이 공영방송 사장에 염치도 없이 지원할 수 있었던 건 KBS 이사회의 책임이 크다. 사장 선임 절차를 사실상 요식행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양승동, 김의철 사장 선임부터 자리 잡은 시민참여단제도가 이번 선임 절차에도 있었다면, 이런 부적격 인사들이 감히 공영방송 사장에 지원할 엄두를 냈겠나"라고 되물으며 사장 공모를 중단,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KBS본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전체 조합원 2028명 가운데 1675명) 중 98.75%는 박민 사장 불신임을 지지했다. 또 박민 사장의 연임에는 99%에 달하는 응답자가 반대했다.
박민 사장 등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갈등이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KBS본부는 오늘(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92.7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2085명 가운데 1754명(84.12%)이 응답했고, 1627명(92.76%)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는 8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