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김건호 보좌역 '초고', '검정본'에도 실렸다

한국사 교과서 '전시본'·김건호 청년보좌역. 익명의 역사교사 제공·'함께학교_교육부' 유튜브 캡처

저작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교육부 장관의 김건호 청년보좌역이 집필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한국사1) 초고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최종 합격본인 전시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자 논란 속 한국사 교과서, 돌연 배포 중단되기도

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역사 교사 출신인 김건호 씨는 지난해 8월 한국사 교과서 초고를 작성해 출판사인 한국학력평가원에 제출했다. 그는 석 달 뒤인 지난해 11월 7일 이주호 장관 청년보좌역에 임용됐고, 교과서 검정 신청 절차는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김 보좌역은 최근까지도 저작자 지위를 유지하다 교과서 검정업무를 대행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불과 9일 앞둔 지난 8월 21일에서야 저작자 지위에서 사퇴했다.
 
김 보좌역이 검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촉박하게 저작자에서 빠지면서 그가 저자로 오른 <한국사1 교육부 검정 선생님 연구용 도서>가 8월 23일 광주 지역 학교에 배포되다 갑자기 중단되기까지 했다. 이 책은 출판사 차원에서 최종 검정 합격본인 전시본을 배포하기 전 자체적으로 먼저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1 교과서 배포처 관계자는 "한국학력평가원 본사에서 한국사1권만 내려와서 배포하다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역이 논란 속에 저자에서 자진 사퇴한 직후다.
 
그런데 검정을 통과한 최종본인 전시본에는 김씨가 집필한 초고가 통째로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가 저자로 돼 있는 <한국사1 교육부 검정 선생님 연구용 도서(이하, 선생님 연구용 도서)>를 CBS 노컷뉴스가 확보해 비교한 결과, 이는 김씨가 저자에서 빠진 <한국사1 교육부 검정 2025학년도 전시본>과 내용이 일치했다.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장관 보좌역 집필 초고, 실제 교과서에 그대로 실려

한국사1은 전근대사와 개항기를, 한국사2는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한국사2 Ⅰ단원은 일제강점기, Ⅱ단원은 1987년 이전의 현대사, Ⅲ단원은 1987년 이후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광주 지역에 배포된 '선생님 연구용 도서'를 보면 김 보좌역이 집필한 단원은 한국사1 Ⅲ 단원(개항기) 및 한국사2 Ⅱ·Ⅲ 단원이다.
 
광주 지역에 배포된 '선생님 연구용 도서'는 한국사1 교과서지만, 한국사2 집필진이 어느 단원을 집필했는지도 나와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김씨가 초고를 집필한 것으로 돼 있는 '선생님 연구용 도서' 한국사1 Ⅲ 단원을 '전시본' 한국사1 Ⅲ 단원과 비교한 결과, 선생님용에만 각주가 달려 있는 것 말고는 본문(근대국가 수립의 노력, p104~167)이 똑같았다. 검정 통과 9일 전에 저작자에서 빠진 김 보좌역이 집필한 초고가 전시본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선생님 연구용 도서(좌)'와 '전시본(우)'의 내용이 각주를 제외하고는 일치한다. 익명의 역사교사 제공
 
김 보좌역이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집필진에서 빠지면서 최종 집필진은 6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고, 김씨가 초고를 작성한 한국사1 Ⅲ 단원의 저작자는 김건호·김두진(전 고려대 연구교수)에서 강병수(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정책실장)·김두진으로 바뀐 바 있다.

김건호 청년보좌역이 저자로 오른 한국사1 교과서. 익명의 역사교사 제공

자격없는 저작자의 교과서, 검정 취소될까

저작자 요건도 갖추지 못한 김 보좌역이 집필한 내용이 최종 검정 합격본인 전시본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사상 초유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집필자들이 어떤 영역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해당 출판사 안에서 집필진들이 협의하는 부분"이라며 "도중에 집필진이 바뀌는 것은 (교과서 검정) 취소 사유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실제 김씨가 저작자인데, 나중에 출판됐을 때는 저작자가 아닌 걸로 나온다면, 실체적으로는 교과서 검정 취소 사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국학력평가원 대표 김수기 씨와 김설임 한국사 교과서 편집자, 김건호씨를 8일과 24일 교육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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