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징치' 발언, 탄핵 불 붙이나…韓 "대단히 유감"

李, 강화 유세서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기존 '심판' 보다 수위 높은 표현 반복
김민석 "대의민주주의 일반론을 대통령 끌어내린다고 둔갑시켰다" 반박했지만
與 "탄핵 명백히 시사…탄핵 칼 마구 휘두르다 누가 베일지 걱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내용을 직접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7일 이 대표의 주말 유세 발언을 겨냥해 "구청장 군수를 뽑는 재보선을 정치선동, 선전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16 재보궐선거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거부권을 얘기하고 특검을 얘기하는 선거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구청장, 군수선거에서 그런 얘기를 중심으로 선거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 지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이 선거의 본질과도 많이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10·16재보궐선거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혼을 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며 "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 징계하여 다스림)해야 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열린 정책협약식에서도 "대리인이 잘못하면 책임을 묻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간에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제도"라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탄핵'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해 사실상 탄핵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가 탄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경제·민생·안보·외교를 망친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 "보궐선거는 2차 정권심판" 등 심판론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끌어내려야 한다는 표현은 없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이날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사랑상품권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재표결 결과 모두 부결 처리 됐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내에서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4일 부결됐지만 이탈표가 나왔고, 최근 당내 인사가 탄핵 행사를 국회에서 열 수 있도록 대관을 주선하는 등 관련 여론이 커짐에 따른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6일 "일을 못하면 언제든 교체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일반론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로 둔갑시켰다. 한 대표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인가"라며 확대해석을 자제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탄핵에 대한 속셈이 드디어 드러난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이날 발언에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도중에라도 끌어내리겠다는 발언으로, 탄핵을 명백히 시사한 것"이라며 탄핵 행사 주선도 "모두 이 대표의 속내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망나니 칼춤 추듯 탄핵의 칼을 마구 휘두르다 그 칼에 누가 베일지 국민 걱정이 크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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