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2024시즌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 위즈가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세울 것을 예상했다고 했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1차전이 중요하다고 봤다. 엄상백이 선발로 나설 경우 3일 휴식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최근 등판이 잦았던 고영표를 첫 번째 투수로 내세운 뒤 소형준을 필두로 한 필승조를 총출동시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면 2차전부터는 다시 정상 로테이션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바람은 크지 않았다. "고영표가 초반 승부만 만들어주면 된다. 본인도 괜찮다고, 타순 한 바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영표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를 선보였다.
고영표는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회까지 56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없이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T는 2회초 문상철이 LG 선발 디트릭 엔스를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올리면서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다음 과제는 고영표가 리드를 유지한 상태로 불펜에 공을 넘기는 것이었다.
고영표는 완벽에 가까웠다. 3회까지 투구수 29개로 퍼펙트 행진을 달렸다. 4회말 안타 3개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오스틴 딘의 적시타 전후로 터진 신민재와 오지환의 안타는 타구가 약했고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된 경우였다. 즉, LG는 고영표를 상대로 1점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지만 제대로 공략하진 못했다.
고영표가 던진 공 56개 중 무려 37개가 체인지업이었다. 체인지업의 위력은 대단했다. LG 타자들은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무려 10회나 헛스윙을 했다.
KT가 오프너로 나선 고영표에게 기대한 이닝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고영표는 예상보다 많은 4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버티면서 제 몫을 해냈다.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세 차례 불펜투수로 나서 KT의 5위 결정전 통과,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올 가을 KT가 부리는 마법은 고영표의 활약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