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는 한때 전국 최대 규모 산업단지를 품은 자족도시의 상징이었다. 전철 1·7호선을 품고 신도시와 역세권 개발로 서울, 인천 등 주변 대도시 인구를 흡수하며 급속히 팽창했다.
인구 100만까지도 바라보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2년 처음 인구 80만을 넘어 90만대 정점을 향한 뒤, 2011년부터는 하락세다. 지난해에는 80만 선마저 무너졌다.
그간 땅값과 임대료 등 부동산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대형 공장과 창고를 운영해야하는 제조업 중심의 지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둘 수도권 외곽과 지방으로 떠나면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부천'은 옛말이 됐다.
출산율조차 수도권 인구소멸위기 지역보다도 떨어져 도내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천이 쇠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천시의 도시 경쟁력 관련 현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멍' 뚫린 부천 인구, 도내 감소 폭 1위·출산율은 꼴찌
무엇보다 인구감소 문제는 부천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천시 인구는 현재(올해 7월 기준, 외국인 제외) 77만 3689명이다. 2018년 84만 3768명에서 5년여 만에 7만 명 줄었다. 문제는 이같은 인구 하락세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부천의 인구 감소 폭 역시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크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시의 연평균 인구 순이동은 -1만 2309명이었는데, 도내에서 연간 1만 명대 인구가 순유출된 건 부천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부천 다음으로 인구가 많이 빠진 광명시보다 3천여 명 더 높은 수치다.
부천의 경우 학령기 세대와 청년층 등 비교적 젊은층 인구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생활경제‧교육‧산업 등 도시의 분야별 체력이 저조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구 규모는 지역의 총생산과 소비 변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도시의 경제적 기반과 경쟁력 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다.
이처럼 인구 유출이 심각한 데 더해, 출산율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과, 부천시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지난해 기준)은 꾸준히 감소해 0.63명을 기록했다. 도내 시군 중 꼴찌로, 인구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일부 경기북부 지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도↓…"일자리 따라 인구도 함께 유출되는 것"
인구가 급감한 요인 중 하나로 기업 이전이 꼽힌다. 부천은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집적하면서 지역의 산업경제를 지탱해 왔으나, 점차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경기도의 관련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부천 내 10인 이상 제조업체 수는 1393곳으로 5년 전 대비 100곳가량 줄었다. 동일 기간 도시 규모가 비슷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시흥시와 김포시에서 60곳 안팎의 기업이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전체 제조업체로 넓혀 봐도 하락세는 뚜렷하다. 부천 내 제조업체 수는 2012년 1만 101개(종사자 7만 2127명)로 1만개를 넘어선 뒤, 2015년 1만 881개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2019년 1만 229개(종사자 6만 8426명)로 떨어졌다.
과거 대규모 택지개발과 철도 개통 등과 맞물려 인구와 부동산이 급상승 해오다 부지 비용 부담 가중과 경기 불황 지속 등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업은 지가가 낮은 곳으로, 사람들은 2기 신도시 등 인접한 신규택지를 찾아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업들이 줄어들면 청년 등 주요 활동층도 함께 빠져나간다"며 "지역의 어떤 특성과 사정으로 빚어진 결과인지 원인에 대한 강론적인 분석을 세밀하게 한 뒤, 대안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조언했다.
20년 뒤에도 주요 연령층↓, 미래세대에 '빚' 된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5년 단위로 시행되는 '경기도 시군별 장래인구추계(2020~2040, 외국인 포함)'를 보면, 오는 2040년 시의 합계출산율은 도내에서 가장 낮은 1.08명으로 예측됐다.
해당 추계 자료에서 시는 앞으로도 2040년까지 인구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예상되는 인구성장률은 -0.6%로, 광명(-0.89%)‧안양(-0.64%)과 함께 최저 수준으로 관측됐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년 사이 도내 최대 수준인 3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경제활동 연령층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2020년과 비교한 2040년 유소년인구 감소율 상위 3개 지역에도 부천이 포함돼 있다. 광명(-45.8%), 군포(-44.2%), 부천(-40.7%) 순이다.
이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 2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서는 지난해 결산 기준 도내 장래세대부담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부천시(4.96%, 부채 5788억 원)가 지목됐다. 장래세대부담비율은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보조지표로, 현재 사회자본과 후세대의 채무부담을 비교 분석한 값이다.
위 의원은 "인구감소 전망과 미래세대 부담을 중점적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지방재정 건전성 등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인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행정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파편적 (관련 정책사업) 운영으로 시민 삶의 여건이 저하되고 노동인구가 감소했다"며 "경제 침체, 인구 감소 등의 현안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부천시, 산업 재도약+3기 신도시 건설 등 안간힘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부천시는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지원과 도심 재정비, 청년정책 다각화로 대응 중인 시는 3기 신도시 건설과 이와 연계한 첨단 산단 유치 등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노후 택지에서 빠져나간 인구를 회복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조성과 대장 1·2첨단산단 등 신규 기업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강소기업 집중 지원이나 창업 펀드 운용 등 다각도로 기업 유출 방어 전략도 펼치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는 힘든 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