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시행 2년차를 맞는 고향사랑기부제 반년 모금 실적이 지난해 대비 16.7%나 감소해 199억여 원에 그친 가운데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모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모금액은 중위권인 9위에 머물렀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2023년‧2024년 분기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2024년 올해 1분기 모금총액은 94억 7500만 원, 2분기 모금총액은 105억 500만 원으로 전체 199억 8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부건수는 6만 7528건, 2분기 기부건수는 8만 537건으로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3만 4940원이다.
지난해 1‧2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모금액은 –33억 3300만원(-14.3%), 모금건수는 –7088건(-4.6%),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만 5319원(-10.1%)으로 모두 감소했다.
시·도 및 시·군·구를 합친 지방자치단체별 실적을 보면 지난해와 같이 올해 1‧2분기에도 상위 5개 지역은 모금액‧기부건수 모두 전남‧전북‧경북‧경남‧강원이 차지했다. 전라남도가 47억 5400만 원(3만 3255건)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전북특별자치도 33억 400만 원(2만 1814건), 경상북도 29억 8천만 원(2만 1239건), 경상남도 25억 2300만 원(1만 8423건), 강원특별자치도 13억 9300만 원(1만 289건), 충청남도 10억 3400만 원(9178건)으로 이어졌다. 광주(5억 2800만 원)는 9위로 중위권에 머무는 등 나머지 지역은 모금액에 10억 이하였다.
반면, 지난해 대비 실적 감소 또한 상위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전남은 –13억 7300만 원(-22.4%), 경북은 –8억 1600만 원(-21.5%), 강원 –4억 2천만 원(-23.2%), 전북 –2억 6200만 원(-7.4%), 충북 –2억 1천만 원(-19.8%)로 모금액이 2억 이상 감소된 것으로 확인된다. 감소율로 보면 대구광역시가 –35.8%(-10억 8천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광주‧대전‧인천‧세종‧경남‧제주‧울산 등 7개 지역은 모금액이 오히려 증가했으나 광주가 5백만 원 증가에 그치는 등 모두 1억 이하 수준에 그쳤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으로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반기 실적만으로는 전체 실적을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 다만, 이렇다 할 정책 개선 없이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실적이 작년 실적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
지난해 전반기 모금액‧모금건수는 전체 중 각각 29.5%, 35.8%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이를 올해 전반기 실적에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2024년 전체 실적은 모금액 558.1억(-92.5억), 모금건수 14.8만건(-2.4만건)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당장 하반기에 갑자기 기부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연말 수요가 폭증하지 않는다면 시행 첫 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마주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 초 법 개정으로 △기부금 사용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는 지정기부 근거 신설 △기부 권유‧독려행위 제한 축소로 홍보 규제 완화 △기부금 연간 상한액 500→2천만 원 확대 등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 수준에 비해 정책 효과가 두드러지지 못하는 이유는 정작 기부 홍보와 접근성을 좌우하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환경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 모아 지적한다.
지난 한 해 국회와 지자체 등에서 민간플랫폼 개방에 관한 요구가 줄곧 있었지만, 행정안전부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단일 플랫폼으로 고수해왔다. 광주 동구‧영암군 등 일부 지자체가 민간 서비스를 활용해 고향사랑기부 모금 성과를 거두자 법제도가 정비되기 전이라며 외부 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중단하라고 지속해서 압박해 중단시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민간 플랫폼을 통한 기부 활성화를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올해 8월 행정안전부는 결국 디지털 서비스 개방을 통해 고향사랑e음을 개방해 민간 플랫폼과 연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연내 실적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행정안전부는 연내 서비스 계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9월 말 이제 막 제안설명회를 진행했는데 11월 연계요건 협의 및 이용약관 체결, 12월 API 개발을 거쳐 연내 대국민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디지털 서비스 개방 공모에는 공감만세(위기브), 국민은행, 기업은행, 네이버, 농협은행, 당근마켓, 신한은행, 액티부키, 우리홈쇼핑, 웰로, 체리, 토스, 파스칼랩, 하나은행, LG헬로비전, NS홈쇼핑, SK브로드밴드 등 17개 기업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향사랑e음의 고질적인 불안정한 서비스도 우려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고향사랑e음은 서비스 이후 장애발생이 4건 있었고 장애 조치 등을 위해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만 2,252분(37시간)으로 확인됐다. 여타 행정정보시스템과 비교해서도 매우 불안정한 수준이다. 민간 플랫폼과 연계하더라도 원 시스템 오류로 서비스가 중단될 소지도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고향사랑e음은 간편인증, 디지털 원패스,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 도로명주소, PKI, 차세대세외수입시스템, 위택스, 기부금영수증, 금융결제시스템, 출입국관리시스템, 세외수입, 이택스 등 여러 행정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있는 만큼 작년 11월처럼 행정전산망 오류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경우 그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용혜인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실적이 줄어든 원인에는 민간플랫폼 개방 등 핵심 제도 개선에 행정안전부가 소극적인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고향사랑e음을 고집하지 않고 지자체의 요구대로 민간플랫폼 개방에 앞장섰다면 올해 기부 환경은 더욱 개선되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용 의원은 "민간플랫폼 개방에는 긍정적이나 디지털 서비스 개방 방식은 결국 고향사랑e음을 중심으로 고향사랑기부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무리한 연내 추진으로 부실 서비스가 개시되지 않도록 하고, 원 정보시스템 안정화, 대기업 중심 참여기업 선정 등 고질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