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악마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손을 잡았다. 올겨울 자유계약(FA) 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지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 소속 케빈 에이시 기자는 4일(한국 시각) "김하성이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고용했다"고 자신의 SNS에 알렸다. 김하성은 지난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계약 기간 4+1년, 계약금은 최대 3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보장 계약 시즌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다만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1년 추가 계약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옵션 행사 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로부터 연봉 700만 달러(계약금 100만 달러는 별도)를 추가로 받는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김하성이 FA를 선언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에이시 기자 역시 "김하성은 2025시즌에 대한 상호 옵션을 갖고 있지만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어깨 수술에도 불구하고 F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MLB) 이적 시장 소식을 전하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김하성의 이런 행보를 FA 계약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매체는 "김하성이 800만 달러를 거절하고 바이아웃 옵션 200만 달러를 받은 뒤 FA 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라스는 MLB 간판급 에이전트다. 비록 지난 비시즌 조던 몽고메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블레이크 스넬, 맷 채프먼(이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대어급 FA 선수들에 대형 계약을 안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명성은 여전하다.
한국 선수들과도 인연이 있다. 보라스는 작년 이정후가 미국 진출을 모색하던 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협상을 통해 '6년 1억 1300만 달러'짜리 대형 계약을 안겼다. 앞서서는 박찬호,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보라스를 통해 MLB 구단들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변수는 어깨 부상이다. 김하성은 지난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에서 상대 투수의 견제 당시 1루에 슬라이딩한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됐다. 부상 직후에는 김하성이 복귀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하성은 지난달 29일 "팀에 복귀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올 시즌은 끝났다. 실망스럽고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도 이날 김하성이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마쳤다고 말했다.
MLBTR은 "만약 김하성이 어깨 수술 때문에 대형 계약을 맺기 어렵다면 채프먼, 스넬 등처럼 옵션이 다수 포함된 단기 계약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채프먼과 스넬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각 3년 5400만 달러,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는데, 옵트 아웃(기존 계약을 깨고 선수가 다시 FA를 선언하는 것) 옵션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따라서 김하성이 부상 탓에 FA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게 된다면 'FA 재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