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흑백요리사'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나야, 들기름", "고기가 이븐(even)하게(고르게) 익지 않았어요" 등 출연진의 어록도 인기입니다.
K팝, K드라마, K웹툰처럼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유독 힘을 못 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주식시장인데요.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는 동안 국내 주식시장만 소외됐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추진한 게 '밸류업 프로그램'이고, 그 구체적 결과가 '밸류업 지수'입니다. 하지만 주주환원 평가가 미흡하다 등 비판이 계속되자, 한국거래소는 지수 편입 종목변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의 순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합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이유죠.
따라서 가계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금융자산, 특히 주식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밸류업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급격한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와 적극적인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고, 개인 투자자가 140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자산의 수익률 제고는 '시장적 복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중장기적인 주식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로 한정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곧 최대주주(오너)인 우리나라 특성상 이사회가 오너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원인입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지난해 말 기준 2407개 국내 상장사의 소유구조를 보면, 최대주주 우호지분은 평균 43.07%입니다. 또 상장사의 64.9%는 최대주주 우호지분만으로 주주총회의 안건을 단독 의결할 수 있습니다.
이 위원은 "최대주주에 우호적으로 집중돼 있지 않은 상장기업이더라도 외부주주 지분의 대부분을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고, 외부주주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외부주주가 국내 상장기업을 실질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 한정합니다.
그래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과 불공정 합병 등으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죠.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대신증권 이경원 연구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상법 개정안은 비록 야당에서 먼저 제안된 것이지만 밸류업의 실효성을 담보할 핵심적인 사항이라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계는 상법 개정에 반대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가 평가한 지배구조 상위 8개국의 주가지수를 분석할 결과, 아시아 국가의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승률 간 상관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규제로 기업을 압박하면 경영진의 책임이 가중돼 신규투자나 M&A(인수합병)를 꺼리는 등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대신 배당소득 저율 분리과세와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혜택 신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혜택 확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재계의 요청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 보유기간은 평균 8.6개월로 미국(25개월)과 영국(24.5개월), 독일(17.1개월), 일본(12.9개월) 등과 비교하면 '단타(단기투자)' 성향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신영증권 박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저평가로 해외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내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