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가 고충 처리를 이유로 성희롱 피해 직원을 전보한 인사 명령을 철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5일 경희대학교 측이 진정인 A씨에 대한 전보 철회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해당 인사 명령이 성희롱 사건과 무관하다며 최종적으로 불수용 입장을 전해왔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4일 경희대학교 측에 성희롱 피해자인 A씨에 대한 전보를 철회할 것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대학 측은 지난 3월 13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이수했지만, 노사협의회에서 A씨에 대한 전보 명령은 성희롱 사건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당장 철회하기는 어렵고, 추후 노사협의회와 인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회신했다.
앞서 대학 노사협의회에 제기된 고충 처리를 이유로 대학 측이 A씨에 대한 전보 명령을 내리자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됐다.
A씨의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A씨를 비방하고 성희롱 가해자를 옹호하는 문건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되자 A씨 측은 해당 문건 작성자를 확인하는 과정에 착수했다. 이후 내부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자 직원들은 A씨에 대한 고충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기관의 조치는 성희롱 사건과의 연관성 등을 살피지 않고, 진정인의 의사에 반한 인사 조치를 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준 행위라는 점에서 시정 권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인권위의 성희롱 2차 피해 결정을 부인하고, 진정인에 대한 전보 조치를 재논의하겠다는 입장마저 번복하는 등 진정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