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4일 이뤄진다. 통과를 위해선 여당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여당은 '이탈' 의원을 막기 위한 표 단속에, 야당은 이탈을 끌어내기 위한 막판 여론전에 주력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에 들어간다.
특히 김건희 특검 표결 때 '이탈표' 향방을 두고 신경이 곤두선 모양새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깜짝 이탈표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야 의원 전원 출석을 전제로 하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막판 이탈표 단속에 집중했다. 한동훈 대표는 전날 개천절 경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면) 사법질서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부결시키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당에서도 생각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모든 걸 정하고 민주당 마음대로 하는 특검법"이라고 경계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김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재표결 법안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건이 올라가면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여론전에 주력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에 주어진 길은 단 하나, 특검법 찬성뿐이다"라며 "이 길을 거부할 경우 어쩔 수 없는 김 여사의 호위병이라는 질타와 여전히 용산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조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멸하려는 결심이 아니라면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한 재표결 법안에 찬성해 주기 바란다"라며 "국민의힘 의원들께 묻겠다. 공멸과 결별, 어느 쪽인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도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 다수가 당연히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시간을 끌수록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 책임을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여사로부터 비롯된 각종 리스크를 국민의힘이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법안이 폐기될 경우, '더 강한' 특검법으로 재발의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이 추가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추진할 것"이라며 "국정감사를 거쳐 새롭게 확인되거나 제기된 내용을 포함해 더 강력한 특검법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