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투자와 건설, 소비 등 3개 부문별 처방을 담은 내수경기 상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수출은 최근 12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난달에는 9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인 588억 달러에 달했고, 치솟던 물가도 지난달 1.6% 올라 42개월 만에 1%대에 진입했다. 반면 얼어붙은 내수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데다 부문별로 온도차가 있다는 인식 아래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주택건설사업자가 보유한 지방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간을 7년으로 한시 확대하고, 매입형 등록임대를 미분양 아파트에도 허용한다. 또 CR(기업구조조정)리츠의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모기지 보증한도도 한시 확대한다.
이처럼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에 나선 까닭은 최근 건설업계에 기나긴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은 지난 8월까지 전년동월대비 4개월 연속 감소 중으로, 1월에 큰 폭(17.0%)으로 증가했을 뿐 2월(0.7%)과 4월(0.6%)를 제외하면 올해 내내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건설투자 역시 2분기 이후 줄곧 감소세다.
정부 대책에서 강조된 악성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 6461가구로, 전월보다 2.6%(423가구) 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 시가총액은 지난달 1189조 4800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3.07%(35조 4300억 원) 높아졌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서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정부가 8.8 대책이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 조정 등을 통해 상승세를 다소 둔화시켰다지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12% 오르는 등 2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위기 등을 막겠다며 정책 대출을 대거 확대했던 후폭풍으로 서울 아파트 값만 잔뜩 오를 뿐, 건설 경기는 한껏 침체된 모순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 집값 인상을 정부가 사실상 부추기다시피 했던 와중에 지방 건설 활성화를 명분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공공이 흡수하는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지난 8.8대책에도 수도권 공공택지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미분양 매입확약을 22조 원 규모로 제공하고,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주택 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를 50%까지 감면해주기로 한 바 있다. 또 기존 1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한 경우에도 내년 연말까지 세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내수 대응 방안에서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문제를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며 해결하겠다고 나선다면 건설업계에 '어떻게 짓든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뿐 아니라, 서울의 폭등한 집값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도시문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주택 가격을 계속 올리겠다는 것인지, 정상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근시안적인 정책 방향을 펼쳐 지속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책을 펼수록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다른 주택까지 다 올리겠다는 정책을 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특례를 제공하거나 정부가 매입임대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서도 "지방 미분양 사태는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않고 공급했거나 분양가가 너무 높는 등 각자 시장의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반시장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계속 정부가 나서서 수조 원을 투입하며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면 '문제가 생겨도 나중에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