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가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승인한 가운데, 다른 의대도 휴학 승인 움직임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서울대 의대에 고강도 감사를 착수하며 다른 의대들의 휴학 승인이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의대 휴학신청 일괄 승인…"상징성 큰 서울대 총대 멨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는 의대 학장인데, 학장이 이들의 휴학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서울대 의대가 물꼬를 튼 '휴학 승인 물결'이 다른 의대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처럼 대학 총장이 아닌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은 중앙대, 한양대 등 20여개 대학으로 전체 의대의 절반 규모인 만큼 '연쇄 휴학 승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총 40개 의대 중 39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이) 다른 대학에서 휴학을 승인하기 위한 동인은 충분히 될 것"이라며 "교수협에서도 다시 총장에게 강력하게 휴학 승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는 (휴학 승인이) 학장 권한이지만 다른 대학은 대부분 총장의 권한이라 차이는 있다"면서도 "물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강의나 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단기간 교육으로 진급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다른 39개 의과대학의 학장, 총장도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며 "폭압에 맞서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상징성이 큰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한 만큼 다른 의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의대 교수는 "상징성이 큰 서울대가 총대를 멨다. 특히 의정 사태 초기에 전공의에게 복귀를 촉구했던 서울대 의대 학장이 변했기 때문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립대의 경우 정부가 감사에 들어가면 매우 힘들어진다"며 "그냥 대학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휴학 승인 권한이 학장에서 총장으로 넘어간만큼 당장 연쇄 휴학 승인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브리핑에서 "학장이 총장으로부터 휴학 승인 등 지침 운영을 받은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총장이 휴학 승인권을 회수해갔다"며 "서울대를 제외하고 학장이 휴학을 승인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부, 서울의대 12명 규모 감사 돌입…"정당한 휴학 사유 아냐"
정부는 의대들의 휴학 승인 물결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서울대 의대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오늘 오후 12명 규모로 감사에 들어간다"며 "할 수 있는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가 시작되면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며 그 이후 조치는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이후 다른 의대에도 휴학 승인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대학에 휴학 승인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는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동맹휴학 불허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며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 따라서 동맹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