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태환 먼저 답변드리겠습니다." "저 영광이 답변하겠습니다." "혜성이 덧붙여서 답변하자면…" "저 곤이 추가 답변하겠습니다."
질문과 답변을 적을 수 있는 메모지와 필기도구도, 'OO가/이 답변하겠습니다'라는 예고도 그대로였다. 배너를 처음 본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도 적어 내려가며 답변을 정리하는 것, 발화자가 누구인지를 되도록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도 여전했다.
성국의 입대 이후 처음으로 4인조(태환·곤·혜성·영광) 컴백한 그룹 배너(VANNER)는 미니 3집 '번'(BURN) 발매를 앞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VVS'(공식 팬덤명)에게 입 모아 고마움을 전한 멤버들은 8개월 만의 새 앨범에 기대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태환은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라고, 곤은 "많은 도전"을 바탕으로 "전보다 한층 성장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혜성은 "보답하고 싶은 앨범이었다"라며 팬들이 듣기에 "선물 같은 앨범"이 되길 바랐다.
일렉트로 펑크 & 디스코 스타일의 타이틀곡 '오토매틱'(Automatic)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꿈과 희망의 에너지'를 에너제틱하게 풀어낸 곡이다. 작사에 참여한 곤은 "힘든 시기 겪어오면서도 계속 앞으로 전진하고 꿈을 좇아서 갔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오토매틱'이란 단어에 담아서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오토매틱'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성국도 마음에 했던 노래다. 곤은 "성국이가 듣자마자 노래 느낌이 너무 좋고 세련되다고 했다. 완전히 달리지만은 않고, 코러스 부분에서 브레이킹(멈춤) 한번 주는 게 오히려 세련되고 일차원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태환은 "그리고 너무 (이 곡으로 활동)하고 싶어 했다"라며 웃었다. 곤 역시 "진짜 같이하고 싶어 했다. 너무 부럽다고"라고 덧붙였다.
무대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혜성은 "무대 위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작이 카리스마 있는 군무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토매틱'에서는 "끼를 많이 부리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부탁했다. 또한 혜성은 "곤이 형이 안무에도 직접 참여해서 전체적인 안무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라고, 영광은 "네 명 각자의 매력을 살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바로 옆에서 손을 들고 발언하겠다고 알린 곤은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네이션)에 집중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어떤 점에 주목하면 좋을지 재차 질문하자 그는 빨갛게 물들인 머리를 가리키며 "제가 탈색이 이번에 처음, 몇 년 만에 처음 하는 거기 때문에 제 머리색에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컴백을 앞두고 갈색으로 염색한 태환은 "많이 티가 안 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번' 앨범에 몇 점을 주고 싶냐는 물음에 곤은 98점, 혜성은 100점이라 답했다. 곤은 "일단 완벽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1점(이 빠진 것)은 성국의 부재"라고, 혜성은 "들으시는 분들도 100점이라고 느끼시길 바라서"라고 각각 이유를 들었다.
곤은 "저는 너무너무 만족스럽다. 사실 '오토매틱'을 타이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현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한이 없다. 너무너무 만족스럽다. 곡 구성도 이전 대비 굉장히 세련됐다고 생각해서 너무너무 재미있던 거 같다"라고 밝혔다.
"되게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혜성은 "다양한 음악적 도전을 했고 이번 앨범 곡을 보면 강렬한 곡도 있고 미디엄 템포도 있고 힙합도 있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다양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다. 멤버들 참여도가 높았던 만큼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영광은 "저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앨범인데 제 롤모델이신 이기광 선배님이 참여해 주셔서 새로운 장르 도전한 거 같아서 굉장히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곧바로 곤이 "영광이 만족도가 제일 높다"라고 하자, 멤버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피크타임'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난 인연인 이기광은 수록곡 '블러썸'(Blossom)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특히 멤버 중 영광이 이기광의 열성팬이다. 작업 후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영광은 "굉장히 너무… 영광스러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다. 솔로 콘서트 중이신데 녹음 당일날 선배님께서 직접 와 주셔서 응원의 메시지도 주셨다. 너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라고 밝혔다.
이어 "'배너만을 위해 쓴 곡이다 보니까 너무 잘 소화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하셨다"라며 "그때만 생각하면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너무 행복하다"라고 기뻐했다. 혜성 역시 "좋아하는 곡 장르와 스타일을 물어봐 주시고 (저희에게) 맞춤형으로 하려고 노력 많이 해 주셨다"라며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돌아봤다.
좋아하거나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공개하면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곤과 혜성은 직접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바란다는 공통된 답을 내놨다. 태환은 "이효리 선배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이랑 곡 작업도 해 보고, 방송도 같이해 보고 싶은 게 하나의 꿈"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혜성은 "몬스타엑스(MONSTA X) 형원 선배님, 펜타곤(PENTAGON), 비투비(BTOB) 선배님이 곡을 주셨고 이번에 이기광 선배님께서 곡을 주셨다. 가르침을 되게 많이 받았다. 저희들한테 진짜 많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선배님들과 좋은 곡을 (작업) 하고 싶다. 연락 많이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말했다. 곤은 혜성을 바라보며 "네가 먼저 (선배님들께) 연락을 해야 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피크타임'에 출연했을 때부터 배너는 '사랑하는 무대를 지키고 싶었다'라는 뜻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데뷔 초 일본에서 200회 넘게 공연한 것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생계를 꾸리면서 가수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을 견뎠던 이유는 "무대에 대한 갈증"(태환·혜성) 덕분이었다. 태환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로 '공연돌'을 들었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 '단독 콘서트'를 꼽았다.
앞으로도 '공연'으로 배너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밝혔다. 곤은 "최근 세븐틴(SEVENTEEN) 선배님들 공연에서 드론을 띄우셨더라. 굉장히, 너무 멋있게 봐서 저도 그거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리고 점프 리프트도 안 해 봤다. 천천~히 올라오는 건 해 봤는데 짠! 하고 올라오는 건 못 해봤다"라고 귀띔했다.
배너의 곡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을 두고 "굉장한 자부심으로 다가온다"라고 표현한 혜성은 VVS가 기다리는 더 많은 나라를 방문하는 게 목표다. "다양한 지역에서 저희를 알리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혜성은 '도쿄돔'을 꿈의 무대로 꼽았다. 태환과 영광은 유럽에 가 보고 싶다고 전했다. 곤은 유럽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반구형 공연장 스피어에서 꼭 공연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승리의 깃발을 꽂는다는 의미의 배너. 그들의 깃발이 향할 다음 곳은 어디일까. 곤과 혜성은 '음악방송 1위', 영광은 '음원 차트 1위', 태환은 '코첼라'라고 답했다. 음악방송 1위 공약을 묻자, 곤은 "앙코르 무대이기 때문에 '진짜 생 라이브'로 춤추면서 노래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혜성은 "울 것 같다. 공약은 생각 못 했는데 울면서 라이브를 최대한 할 것 같다"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는 "앙코르도 무대이지 않나.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면서 좋은 무대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영광도 "저도 눈물밖에 흐르지 않을 거 같다. 최대한 눈물을 삼키고 무표정으로 라이브 하겠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태환은 "음악방송 1위를 하게 된다면 팬분들의 공이 많이 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팬분들께 뭔가 많이 보답하고 싶을 거 같다. 어떤 선물이라든지 시간이라든지, 팬분들께 보답을 꼭 해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배너의 세 번째 미니앨범 '번'은 지난달 30일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