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승계' 이재용 2심서 분식회계 관련 공소장 변경 신청

검찰, 이재용 항소심서 '분식회계 의혹' 공소장 변경 신청
로직스 '회계기준 위반 있었다' 판단한 행정소송 반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황진환 기자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심 재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행정소송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항소심 들어 두 번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1차 공소장 변경은 허가했다.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 거래 착수와 업무상 배임 △의결권 확보 목적의 삼성물산 자기 주식 전격 매각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허위 추진 계획 공표 △용인 에버랜드 허위 개발 계획의 공표 등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 10가지에 대한 경위를 구체화하거나 행위자를 달리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회계부정 등 기본적 사실관계를 넓게 잡으면 포섭된다.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추가로 신청한 2차 공소장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양측 의견을 듣고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로직스의 회계 부정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4일 로직스의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 처리에 대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이 회장 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과 엇갈린다. 1심 재판부는 로직스의 지배력 상실 처리가 합당했고, 따라서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해당 판결을 근거로 2015년 진행된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조직적인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과 이 회장 측은 로직스와 에피스 서버를 압수수색 하며 얻은 전자 정보에 대한 증거 능력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앞서 1심은 제출된 증거들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탄핵했다. 이에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모두에게 이른바 '통'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변호인과 충분히 협의해 절차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중요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유념했다"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전체가 절차를 위반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1심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아무런 선별 절차 없이 모든 전자 정보가 전체로 압수됐다. 위법수집증거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미전실의 주도하에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목적으로 합병이 추진됐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 대 0.35'로 제일모직 가치가 삼성물산의 3배에 달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부당한 합병을 했고, 그 과정에서 허위 호재 공표와 회계 부정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물산의 사업적 목적 또한 합병의 목적"이라며 검찰의 기소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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