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북 봉화 경로당 살충제 음독 사건'의 범인을 특정했다.
경북경찰청은 살인미수 혐의로 경로당 회원 A씨를 수사했으나 A씨가 사망해 공소권이 없어짐에 따라 불송치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 수사는 지난 7월 15일 초복을 맞아 함께 식사를 하고 모임을 가진 봉화의 한 경로당 회원 중 4명이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점심 식사를 하고 경로당에서 음료수병에 담긴 커피를 나눠 마셨는데 사건 발생 후 커피가 담긴 음료수병과 종이컵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이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피해자들 대부분 7월 15일, 16일에 증상이 나타났는데 A씨는7월 18일에서야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치료를 받던 중 7월 30일 사망했다.
위세척액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4명이 음독한 농약 성분은 모두 2가지로 동일했던 반면, A씨의 위세척액에서는 이외에 세가지 농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됐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씨의 위세척액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경로당 음료수병에서 검출된 것과 동위원소비가 달라 서로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즉 A씨는 피해자들과 다른 날, 다른 장소에 음독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주거지 마당과 집 주변에서 발견된 알갱이 모양의 농약은 음료수병의 것과 동위원소비가 동일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의 위세척액에서 나온 농약과도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집에서 범행과 본인 음독에 사용된 농약 성분이 모두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가 사건 이틀 전인 지난 13일 오후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것을 확인했고 당시 접촉한 물건을 감정한 결과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A씨가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목격자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들의 면담, 조사와 심리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회원들끼리 화투를 치며 생긴 악감정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피의자가 사망한 만큼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 수 없게 됐다.
현재 피해자 중 3명은 퇴원했고 1명은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계, 치료비와 심리상담 등을 지원했고 경로당 회원을 상대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CCTV 설치 근거법령을 제정하는 제도개선사항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