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에 빠진 20대…최근 5년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비 '폭증'

20대 진료비 4년 새 51% 급증…남성은 2배 이상 늘어난 14억여 원
술로 인한 정신질환 진료도 20대 증가세 두드러져…여성 진료액 51%↑
남인순 의원 "진료인원 줄었는데 중증도는 더 높아진 듯…대책 마련 시급"

연합뉴스
최근 5년 새 음주로 인한 건강 악화로 병원 신세를 진 20대의 진료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현황' 자료를 보면, 알코올성 간질환(K70)으로 인한 진료인원은 지난 2019년 12만 4603명에서 2023년 9만 9044명으로 21% 감소했다.
 
반면 총 진료비는 1331억 1300만원에서 1437억 4천만원으로 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진료지출 증가 폭(36%, 245억여 원→333억여 원)이 두드러졌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과다한 음주로 인해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염, 간경변 및 말기 간부전 등을 포괄한 질병을 가리킨다.
 
특히 20대는 4년 새 총 진료비 증가율이 5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019년 14억 9천만 원에서 지난해 기준 22억 5천만 원으로 올랐다.
 
이 중에서도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남성의 진료비 총액은 6억 2500만원에서 14억 3800만원으로 130%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료인원이 2400여 명에서 1800여 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재가공한 그래프. 의원실 제공

동기간 20대 여성의 총진료비는 8억 6400만원에서 8억 1600만원으로 6%가 오히려 감소했다(진료인원은 800여 명→700여 명).
 
과한 음주는 몸을 병들게 할 뿐 아니라 마음건강도 해쳤다.

최근 5년간 술로 인해 정신질환을 겪는 20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알코올 중독을 비롯해 금단증상, 알코올 유도성 지속적 건망장애 등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F10) 진료인원 수 및 총진료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총 1981억 원이었던 관련 진료비는 2023년 1796억 원으로 9% 가량 감소했다. 총 진료인원도 7만 4900여 명에서 6만 6천여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해당 기간 20대의 총 진료비는 44억 3900만 원에서 59억 3천만 원으로 34% 늘어 역행했다.
 
이 중 특히 20대 여성의 진료비는 2019년 16억 8900만 원에서 25억 4400만 원으로 51%나 급증했다. 20대 남성도 27억 4천만 원에서 33억 8천만 원으로 늘었지만, 증가 폭은 23%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음주에 따른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내원한 인원 자체는 20대도 남녀 모두 소폭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질환 양태는 되레 더 심각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성별로는 여성의 관련 진료비 지출총액이 약 14% 늘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2019년 251억 8300만 원→2023년 286억 4400만 원).

 
지난 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인순 위원장(우측)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간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남인순 의원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알코올성 간질환과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수는 지난 5년 새 감소했지만 총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질환의 중증도가 높아져 치료빈도가 늘었거나, 장기입원이 필요해지는 등 질환이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20대가 음주로 인한 진료비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매우 우려스럽다"며 "음주로 인한 질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20대 청년의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아울러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알코올 사용장애의 경우 유병률이 16.2%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정신질환이나,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달리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는 불과 8.1%"라고 밝혔다.
 
이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 문턱을 낮추고 '술에 관대한 문화'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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