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행보 미공개 김정은 '수해정치'…민간지원 무응답 종료

김정은 초대형탄두 미사일 발사 노동신문 미공개 논란
국정원 "수해 등 민심악화 우려로 군행보 미공개 분석"
김정은 '지도' 18일 전후 의주 일대 2차 홍수 발생
北 환율·물가불안에도 수해 영향…일부 유통망 마비
민심 동요 차단하고 南에 적개심 돌리는 수해정치 가동
北 무응답 속 민간 대북지원 접촉기한 29일로 종료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보를 내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수해에 따른 주민들의 민심 악화를 고려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현지지도'했다는 4.5t급 초대형 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그 다음 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했으나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는 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를 미공개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많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수해에 따른 민심 악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은 일찌감치 제기됐으나, 북한이 지난 7월 말 신의주 등 서북부 지역의 수해 이후 10번이나 되는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를 모두 내외부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독 11번째 군사행보인 초대형 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만 수해를 고려해 내부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정원은 지난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를 통해 북한의 미공개 이유에 대해 "최근 수해 국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무기 시험을 공개할 경우 민심 악화를 우려해서 대내매체에 공개하지 않고 대외매체에만 공개한 것이 아닌가로 분석 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미공개 이유를 결국 수해 요인으로 정리한 셈이다. 다만 국정원도 당시 국회보고에서 추가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수해 피해 및 대응과 관련해 이후에 추가된 변수는 별로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18일과 대외매체에 공개한 19일 북한의 상황은 눈길을 끈다.
 
바로 그 직전인 9월 15~17일에 지난 7월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의주군 일대에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려 2차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최근 소개한 지난 18일자 촬영 위성사진을 보면 당초 수해 복구가 이뤄진 의주군 일대가 압록강 범람으로 다시 물에 잠긴 것으로 나타났다.
 
의주와 신의주 지역을 연결하는 2개의 다리가 복구됐으나 2차 홍수로 이 중 하나가 망가진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22일 촬영사진에는 해당 지역에서 물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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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해는 수해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차 홍수가 나기 시작한 15일 기준으로 북한의 원 달러 환율이 평양은 1만 6100원, 신의주는 1만 6200원이다. 코로나 19 이전시기 북한의 환율이 8천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가량 오른 것이다.
 
쌀값은 평양이 1kg에 6300원, 신의주가 6400원으로 역시 '역대급' 고공행진이다.
 
북한의 환율과 물가 불안은 코로나19 종료 후 국경개방에 따른 무역증가와 외화수요 증가의 요인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해에 따른 일부 유통망의 마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수해와 경제적 파장, 이에 따른 민심 동요의 가능성이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 공개여부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도 민심의 향배를 면밀히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홍수가 난 7월 29일부터 8월 17일까지 20여 일 동안 수해에 대응한 공개 행사를 7차 차례나 가졌다. 1만 5천명이 넘는 이재민들을 평양으로 이주시키는 조치도 취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수해 대응에 각별히 대응한 것은 그만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경제적 파장도 커서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해 사망자가 3500명을 넘는다는 일부 언론 보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수해대응을 이른바 '애민(愛民)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특히 남한 일부 언론의 인명피해 규모보도에 대해 "우리 국가에 대한 모략선전이고 엄중한 도발"이라며 대남 적개심 고조에 이용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 대한적십자사의 수해지원 제의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해물자 지원을 추진하는 국내 민간단체들도 의미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단체들이 통일부로부터 허용 받은 대북접촉 승인기간도 북한의 반응이 없는 가운데 29일로 종료된다.
 
북한 주민들의 민심 동요를 막고 대적 관계에 있다는 남한으로 적개심을 돌리는 김정은의 '수해 정치'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국내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이라고 해도 수용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수해 지원이 긴급 구호 성격이고 한 달이면 북한 의사를 확인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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