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 민권운동에 큰 획을 그었던 1970년대 이철수 씨 구명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Free Cholsoo Lee·이철수에게 자유를)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을 받았다.
27일(현지시간)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NATAS)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제45회 뉴스·다큐멘터리 에미상 시상식에서 '프리 철수 리'가 '뛰어난 역사 다큐멘터리'(Outstanding Historical Documentary)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밝혔다.
'프리 철수 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줄리 하 감독과 유진 이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지난 2022년 미국 최대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미국 PBS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프리 철수 리'는 지난해 10월 한국에서도 개봉한 바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중국인 갱단 두목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사형 선고를 받은 한국계 이민자 이철수(1952~2014)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프리 철수 리'는 당시 탐사저널리스트 이경원 기자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 뒤 한인들이 함께 인종차별에 저항하며 구명운동을 벌이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 갱단 두목 살해 용의자로 한인 청년 이철수씨가 체포된다.
이는 동양인 외모를 구별 못한 백인 목격자의 엉터리 증언에 의한 것으로 이철수씨는 억울하게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에 이경원 기자 등이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렸고, 아시안계 이민자들이 이례적으로 함께 뭉쳐 이철수씨의 구명운동에 나섰고, 이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 내 소수인권운동의 상징이 됐다.
시상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줄리 하 감독은 "'철수 리' 사건이 단지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 인류 역사의 일부라고 단언한다"며 "이 세상에서 많은 고통을 겪은 철수 리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