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뉴욕시 트럼프타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한 시간가량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난 많이 배웠지만 우리 둘 다 이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하고, 우리 둘 다 공정한 (종전)합의를 원한다는 내 입장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공정해야 하며 난 그게 적절한 시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끝나야 하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끝나기를 원한다"며 "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끝나기를 원한다고 확신하며 그건 좋은 조합인데 그래서 우리는 모두를 위한 공정한 합의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만 공정한 합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그걸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며 푸틴이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인 게 문제"라면서 "우리는 푸틴이 이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우리 영토에 있으며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전쟁의 책임이 푸틴 대통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 모두를 보러 와야 한다"고 말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우크라이나는 아름다운 국가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대면 만남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 시작 전에 한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덕분에 2019년 탄핵을 피해 갈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2019년에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미국 하원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거론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사업 관련 수사를 압박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으나 결국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크고 분명하게 말했고 탄핵 농간은 바로 그 자리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탄핵 논란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하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난 그 점을 고마워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난 알다시피 푸틴 대통령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난 우리가 전쟁을 매우 빠르게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하자 "난 우리가 더 좋은 관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다시피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오늘 좋은 회의를 할 것이며 우리가 오늘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좋은 징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리는 이것(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리하고 해결하기 위해 양측과 정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하고, 푸틴이 이겨서는 안 되며,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한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 우리 계획의 세부 내용을 당신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약속한 바 있다.